샬롬! 찬미예수
인간이 세상에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실은 죽는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가장 잘 알지 못하는 사실도 죽음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죽는 순간의 고통이 두려워서 일수도 있고, 죽음 이후에 내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미지(未知)가 나를 두렵게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은 내가 이 세상에서 없어진다고 하는 낯 설은 두려운 감정과 소외감 때문일 것이다.
몇 시간까지도 따뜻했던 몸이 싸늘하게 차거워진 시체로 변하여 호흡이 떠나버린 몸의 차가운 낯 설음, 그 몸에 입히는 수의나 홀로 관 속에 눕히는 고독한 낯 설음, 살을 서로 부비며 살던 사랑하는 육친을 흙 속이나, 불 속에 넣어 재로 변해 매장이나 화장을 해야 하는 현실과 고인이 추구하던 모든 일들이 허무하게 되어버리는 의미의 상실, 그리고 우린 삶의 현장으로 되돌아 와야 한다는 엄숙한 생명 현실들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인상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이미 죽음의 세계로 넘어간 사람에겐 아무 상관이 없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감정이 유발하는 죽음에 관한 심리적 두려움일 뿐이다. 죽음은 전혀 두려워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죽음과 나는 함께할 수 없는 운명적 실체다. 나 자신은 결코 죽음과 조우(遭遇)하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내가 살아 있는 한 죽음이 없고 죽으면 이미 나는 하나님의 나라에 영원한 안식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바울에 의하면 사망은 결코 인간을 압도할 수 없다. 사망이 인간을 무(無)의 상태로 만들고 단절케 하고 소외시킬 수 없다는 말이다. 사망이 하나님의 피조물인 인간을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론적 힘을 지닌 게 아니다. 다시 말하면 죽음 그 자체는 두려움을 생산해 내는 '자생적 힘'이 전혀 없다. 죽음 그 자체에는 두려움을 만들어 낼 에너지원이 전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바울은 "사망아 너의 이기는 것이 어디 있느냐. 사망아 너의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 사망이 쏘는 것은 죄요 죄의 권능은 율법이라"라고 말했다(고전15:55-56).
인간은 두 가지의 여행을 한다. 한 여행은 육체를 입고 이 세상에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의 여행은 부활체로서 영생을 산다. 일반인들에게 죽음은 영원한 이별, 두려움, 근원적 소외를 안겨 주는 '증오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죽음이란 잠시 후면 다시 만나게 될, 미지의 세계를 기대케 하는 '친숙한' 여행이다. 죽음은 삶으로의 여행과 영생으로의 여행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이며, 죽음은 삶에서 영생으로 가는 관문이다. 이럴 때 죽음은 두려움을 안겨주는 우리의 '적(敵)'이 아니라 삶과 영생을 이어 주는 우리의 '벗'이 되는 것이다.
윌리엄 바클레이(William Barclay)는 요한복음 5장 21절부터 23절까지를 이렇게 주석하고 있다. "이생에서의 삶이 끝난 이후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인 사람에게는 훨씬 더 완전하고 경이로운 삶이 열리지만, 그를 받아들이지 않은 자들에게는 하나님과 분리된 죽음이 찾아온다."라고 했다. 그리스도와 함께한 자들은 오히려 죽음이 하나님과의 새로운 삶을 가져다주는 선물이 된다.
하이데거는 인간은 '죽음에 이르는 존재'로 살면 살수록 죽음에 더 가까워지고 하루의 삶은 하루하루의 죽음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역으로 "하나님은 인간에게 영생의 선물을 하루속히 주시기를 기대하신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죽음은 인간이 그렇게 증오하고 두려워하며 배타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죽음을 기대하고 근원적인 영생의 삶으로 안내하는 축복의 관문으로 환영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모든 과정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인간이 하나님의 권능 아래 있을 때 만이다. 인간이 하나님의 권능을 벗어나 스스로 존재하게 될 때 죽음은 외래적 힘을 재생하게 되고 인간은 공포의 그늘에 휩싸이게 된다. 반면 인간이 하나님의 권능 아래 있을 때 죽음은 영생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친근한 벗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먼저 떠나보낸 이들에 대해 슬퍼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그들을 부러워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하는 천상의 즐거움을 그들은 '이미'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주 예수께서 다시 오시는 그날, 우리 모두는 부활의 생명체로 함께 만나게 될 것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 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요11:25~26)
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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