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way to heaven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살아서 나를 믿는자는 영원히죽지아니하며

on the way to heaven

믿음과 삶의 이야기

장미꽃과 시인 릴케

샤론의 수선화 2016. 5. 26. 16:42

 

샬롬! 찬미예수

 

계절의 여왕, 5월은 장미의 계절이며 시인 릴케를 생각나게 하는 계절이다.

릴케에게 있어서 장미는 그의 묘비명만이 아니고 자신의 시와 일기와 편지에도 빈번히 등장한다.

장미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시인이었고, 장미를 좋아하여 직접 재배하며 장미 속에서 살았고,

장미 향기에 흠뻑 취했으며, 장미에 대한 깊은 사색과 더불어 최고의 찬사로 멋지게 시를 발표하였던 시인이었다.

이렇게 장미에 심취했던 그는 그것도 모자랐는지 결국에는 장미가시에 찔려 죽었다고 한다.

물론 직접적인 원인은 이미 백혈병에 걸려 면역체계가 약해진 상태에서의 간접 사인으로 작용하였지만....  

 

그는 죽기 1년 전인 1925년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이 유언장을 작성하고 자신의 묘비를 위해 직접 비문을 적었다.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이리도 많은 눈꺼풀 아래 그 누구의 잠도 아닌 기꺼움이여...."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꽃은 장미라고 한다.

아름다운 꽃이라면 우선 떠올리는 것이 장미다.

사랑을 고백할 때도 생일 선물에도 장미꽃이라면 항상 여심(女心)은 쉽게 녹아난다.

장미는 모순, 사랑과 배신, 상처, 보복의 이미지가 모두 담겨 있다.

정말 장미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꺾는 걸 허락할 수 없다는 듯 줄기에 촘촘히 가시로 진을 치고 있다.

1980년대 활동한 미국의 밴드 '포이즌'의 '가시 없는 장미는 없다'(Every Rose Has Its Thorn)의 노래처럼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 자체로도 치명적인 독이 된다.

 

릴케의 "장미들"이란 시의 일부분만 엿보아도 그의 탁월함을 느낄 수 있다.

 

너는 너의 본성에 의해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존재다.

다른 꽃들은 식탁을 장식하지만

너는 식탁을 변형시킨다.

사람들은 너를 단순한 꽃병에 꽂는다.

그러면 모든 것이 변화한다.

그것은 어쩌면 똑같은 문장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천사가 노래한 문장이다.

네 안에서, 너 자신보다 더욱 더

너의 궁극적인 본질을 준비하는 것은 너 자신이다.

 

국내외 가수들이 부른 장미에 대한 주옥같은 아름다운 노랫말 가사가 많다.

그중 내가 좋아하는 팝송 중 하나가 바로 'The Rose'다.

우리나라 가수들이 부른 노래 중에는 심수봉이 부른 '백만 송이 장미'다.'

 

한 사람 때문에 이름을 새로 쓰고, 그 한 사람을 위해 헌정하는 시를 읽으면서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가 루 살로메에게 헌정한 기도 시집에는 그를 향한 절절한 사랑이 그려져 있다.

 

내 눈을 감기세요. (Put Out My Eyes)

 

내 눈을 감기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습니다.

내 팔을 꺾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잡을 것입니다.

손으로 잡듯이 심장으로 잡을 겁니다.

심장을 멎게 하세요, 그럼 뇌가 고동 칠 것입니다,

마침내 당신이 나의 뇌에 불을 지르면,

그때는 내 피가 당신을 실어 나르렵니다. 

 

대학교 때 읽었던 책 '나의 누이 나의 신부여!' 라는 책 표지에는 루 살로메 얼굴이 사진으로 장식괴어 있었다.

루 살로메의 생애와 사랑, 지그문트 프로이드, 라이너 마리아 릴케, 프레드리히 니체 등 당대를 대표하던 지성들과

수많은 염문을 뿌렸던 루 살로메, 사진 속의 그녀는 아름답다기보다는 총명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파마를 한 듯 곱 슬한 머리, 귀여운 얼굴 그리고 그녀의 눈은 반짝이는 듯 보였던 것이 나의 느낌이었다.

 

구약성경 아가서에 나오는 솔로몬의 사랑의 연가를 들어보자.

 

나의 누이여, 나의 신부여 그대는 내 마음 사로잡아

우리는 그대의 눈 속에서 하나가 되고 그대의 목걸이로 하나가 된다.

그대의 사랑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의 누이여, 나의 신부여! 

네사랑은 포도주보다 아름답고 네 기름의 향기는 어떤 향 품 보다 뛰어나구나.

 

나의 신부여

네 입술에서는 꿀방울이 떨어지고 네 혀 밑에는 꿀과 젖이 있고

네 의복의 향기는 레바논의 향기 같구나(아4:9-11).

 

정략결혼으로 많은 여인들을 거느렸던 지혜의 왕 솔로몬 그의 애간장을 태우고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술람미

그녀를 향해 나의 누이여, 나의 신부여! 라고 노래했다.

이제 그의 사랑은 그분의 속삭임에 온 몸이 녹아들고,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파열할 듯 숨 막히는 님이다.

 

그러나 요한의 목을 요구하며 헤롯의 애간장을 태우는 살로메는 함께 통으로 독버섯 같은 존재들이었다. 

장미의 시인 릴케에게는 이 시의 "나"는 릴케 자신이고 누이요 신부인 여인은 루 살로메다.

 

모든 사람들은 언제나 함께 있고 싶고, 함께 여행하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한다.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없는 원초적인 마음 속의 그리운 실체가 있다.

문학 속에서는 인간의 저 존재 밑바닥의 깊고 오랜 갈망을 채워줄 사랑에 대한 목마름이라면 

현실에선 욕망과 탐욕의 이름으로 유희되는 정욕의 불인지도 모른다. 

 

장미 꽃을 생각하다가 장미의 시인 릴케를 생각해 내고, 모든 이의 마음의 비밀 속에 루 살로메를 생각하며

5월의 아름다운 여행을 마무리하고 싶다.  

 

신 목사



 

'믿음과 삶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원한 챔프  (0) 2016.06.14
☆ 위엣 것을 찾으라  (0) 2016.06.03
잡초는 없다  (0) 2016.05.19
봄의 향연  (0) 2016.05.08
내가 죄악 중에 출생하였음이여  (0) 2016.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