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시 호치민에서 살고 있는 곳은 한국의 한동건설에서 지은 아파트입니다.
세 동 1,500세대 중 30%인 450채는 외국인이 구입할 수 있는 아파트여서 한국인이 투자목적으로 꽤 구입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나는 몇 해 전, 지인을 만나러 호치민에 왔다가 이 아파트가 2017년 7월에 완공할 거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베트남에서 좀 살아보고 싶었던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 그 시기에 맞춰서 이주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나 차일피일 완공이 미뤄지다가 다음해 3월이 돼서야 입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미처 편의시설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입주가 시작됐는데, 투자목적으로 구입을 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매물을 내 놓는 바람에 매물과 월세가 거의 원가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싼값에 세를 얻을 수 있었지만 파 한 뿌리도 살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마치 독도에 살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오히려 불편을 즐기며 한 달 두 달 지내다가 보니 독도가 울릉도가 되고, 울릉도가 백령도로, 그리고 강화도, 제주도가 됐다가 불과 6개월 만에 분당이 돼가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변모해가는 주변을 바라보는 게 꽤 재미있습니다.
퀵써비스가 바쁘게 오가는 해거름에 내려가 보면 신작로에서 에너지가 넘쳐납니다. 젊은 부부들이 아이 한두 명씩 오토바이에 태우고 정문을 밀고 들어오는가 하면 우리 같은 노인네들은 천방지축 뛰노는 꼬맹이들을 따라다니며 밥을 떠먹이느라 절로 운동이 되지 싶습니다.
베트남은 인도 점령 영업이 당연시되는 나라입니다. 실내보다 실외가 훨씬 더 넓습니다. 아파트 집안에서 피자나 햄버그를 구워 배달해준다는 영업 광고지까지 뿌리는 걸 보면 법규가 국민이 벌어먹고 사는데에 우선을 두는 것 같습니다.
어느 한국인으로부터 아파트 세를 놔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부동산에 내 놓은 다음 날, 오전에 집이 나갔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그날 밤 이사를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나는 탑차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작은 트럭 짐이라도 들어오려나 싶었는데 젊은 부부가 가방 하나씩 들고 입주를 합니다.
비행기로 2시간이나 기차로 34시간 거리의 하노이에서 이사를 오는 거라는데 아직까지 한국티를 못 벗은 나는 이 나라 이사문화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옵션에 따라 임대료 차이는 나겠지만, 전 입주자가 살다가 두고 간 물건들을 그대로 받아 사용하다가 떠나가면 또 다음 입주자가 받아서 살고...,
아마 이 집도 언젠가 내가 몸만 나가고 나면 누군가 몸만 들어와서 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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