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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살아서 나를 믿는자는 영원히죽지아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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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베트남.소식

[스크랩] 베트남에 살아보니 9

샤론의 수선화 2018. 10. 15. 18:56

  어느 날 우리 아파트 상가에 한글이 보였습니다.
 


  반가움에 문을 밀고 들어갔습니다.



  채소와 과일이 자유롭게 얹혀있는 매장 한 쪽에 한글 적힌 상품이 눈에 들어옵니다. 고추장과 라면, 떡볶기, 김, 누룽지, 쥐눈이콩 등, 이 정도만 있어도 한인타운에 안 가고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콩이 열을 내는 식품인지, 이 지역에는 콩나물은 없고 녹두나물만 먹습니다. 하지만 나는 쥐눈이콩 세 봉지와 함께 눈에 보이는 대로 주워 담아 계산대 앞에 가져갔습니다.
  한국말을 몇 마디 할 줄 아는 베트남 새댁이 주인으로 앉아있습니다.
  “혹시 한국 사람과 결혼했어요?”
  “예”
  “남편은 어디 있어요?”
  “이혼 했어요.”
  “저런...!”
  나는 순간 괜한 질문을 했구나 싶어 잠시 당황스러웠습니다. 매장 한 쪽에서 뭔가를 마시고 있는 중년의 여인이 있기에 바라보며 화제를 돌렸습니다.
  “엄마에요?”
  “15,000동이에요. 맛있어요.”
  한국말이 서툰 그녀는 내가 얼마냐고 가격을 물은 것으로 들은 것 같습니다.
  그날은 서둘러 가게를 나왔지만 마음에 짠한 여운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나는 괜히 죄스럽고 뭔가는 도움이 되고 싶기도 해서 매일 한 번씩 그 가게에 들렀습니다. 갓난쟁이를 비롯한 세 명의 아이를 두고 아빠가 떠나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현지처를 만들었다가 본처에게로 돌아갔다면 라이 따이한은 베트남전에만 있었던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녀의 엄마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괜히 내가 거북한가봅니다. 내게 뚱한 시선을 거두지 않습니다. 아이를 셋이나 팽개치고 떠나간 사위가 얼마나 원망스럽겠느냐고 이해를 합니다.



  아무튼 우리부부는 콩나물을 키워보기로 했습니다.
  5L짜리 페트병을 주워 와서 반으로 자르고 검은 비닐봉지를 둘러서 콩나물시루를 만들었습니다.

  궁즉통입니다.
  콩 한 봉지를 꺼내어 하룻밤 물에 불렸더니 씨눈이 터졌습니다. 콩나물시루에 담고 열심히 물을 주니 콩나물이 쑥쑥 자라났습니다.
  하지만 잔뿌리가 얼마나 붙어 나오는지, 혹시 영양이 모자라나 싶어 비타민C 한 알을 녹여서 부어봅니다. 만약 콩나물이 상하지 않고 자란다면 나는 비타민콩나물 재배에 성공한 것입니다.  


  우리의 콩나물은 이렇게 진화를 거듭하며 자라나고 있습니다.


출처 : 통일한국 원로원 (재난대비, 생존, 전쟁, 기후변화)
글쓴이 : 무궁화33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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