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우기가 끝나가나 봅니다. 하루에 한 번씩은 내리던 소나기가 뜸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인 몇 명이 마음을 모아 또 지방 투어를 떠났습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오늘은 호치민 서쪽을 향해 달립니다.
베트남의 시외 도로가 이렇게 시원하게 잘 뚫려있습니다.
54개 소수민족이 있다는데 오늘은 또 어느 민족을 만나게 될까 자못 궁금해집니다.
나는 소수민족 마을에서 그들의 의식주와 접하며, 문화와 정서를 잠깐이나마 엿보는 걸 좋아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얼굴이 서로들 비슷비슷한지요? 마치 사촌지간들 같습니다. 지난번 야라이족은 굵은 쌍꺼풀에 눈매가 깊은 얼굴형이었는데 오늘은 어떤 분들을 만나게 될까요?
우리를 실은 차량은 포장길을 벗어나서 홍토의 흙길을 잠시 달리더니 어느 마을 어귀에 부려놓습니다.
머농족 마을이라 했습니다.
미리 연락을 받았음인지 점심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나는 밥상에 앉으며 재빨리 얼굴을 스캔합니다. 이 분들은 골격이 크고 얼굴형이 동그랗습니다. 굵은 쌍꺼풀눈을 가진 걸 보니 우리와 같은 민족인 동이족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나는 뿌리 찾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언제부터인가 혹시 우리 민족과 같은 뿌리인지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중국 중원에서 살았던 동이족이 일부는 한반도로, 또 일부는 중국 서쪽으로, 나머지 일부는 인도차이나반도로 밀려 내려왔다 했습니다.
내 앞에 놓여 있는 일회용 밥그릇이 참 이색적입니다. 대나무 속살을 둥글게 말아 찹쌀을 넣고 쪄서 만든 찰밥그릇입니다. 이 민족의 전통 음식인가 봅니다.
베트남 음식은 대부분 우리 입맛에 맞습니다. 소수민족 음식까지도 다 맛있습니다.
예전에는 외부인이 마을에 들어오면 15분 내로 공안에 신고가 들어갔는데 지금은 괜찮다는 촌장님의 말씀을 들으며 마음 놓고 실컷 먹었습니다.
베트남도 이제 빗장을 활짝 열며 신발 끈 졸라매고 열강의 대열에 합류할 채비를 서두르나봅니다.
돌아오는 길에, 길을 잘못 들어 산골 구릉지의 구석구석을 헤매게 됐습니다. 발목에 작은 종지 하나씩 차고 고무수액을 받는 고무나무 숲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화장품 원료가 되는 유칼립투스, 튀김가루 재료가 되는 카사바, 커피농장, 그리고 각종 유실수 묘목들로 온 산야가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베트남은 제조업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넓은 국토가 다 이렇게 경제수들로 채워져 있다면 앞으로 베트남의 저력은 대단하겠습니다.
'필리핀 .베트남.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라오스 풍경 1 (0) | 2018.10.20 |
---|---|
필리핀, 8,651억원 규모 태양광 관개시설 투자확정 (0) | 2018.10.19 |
중국 ㅡ필리핀관계 개선무드에 다시부는 마닐라 콘도미니엄 개발 바람 (0) | 2018.10.18 |
[스크랩] 베트남에 살아보니 10 (0) | 2018.10.16 |
[스크랩] 베트남에 살아보니 9 (0) | 2018.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