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찬미예수 예전에 시골에서 어른들은 설은 서럽다고 설이란다. 설날을 지방 사투리로 부르면 슬 날이라 한다. 슬 날은 슬슬 다가오는데 무엇 하나 넉넉한 게 없으니 슬은 슬어워서 슬이란다.
설은 시작하는 새해가 낯설어서 설이고, 설은 나이 먹는 한 해가 서러워서 설이고, 설은 조심스레 사리며(삼가다. 살피다) 살아야 해서 설이고, 설은 한 해를 새로 세운다는 뜻의 '서다'에서 생긴 말이 설이란다.
민족의 대이동으로 거리마다 설설 기는 자동차로 넘쳐난다. 그래도 설에는 설(雪)이라도 오는 것이 더 설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릴 때는 무엇보다 설날에는 설빔 때문에 가장 설레이는 날이었다. 또한 중요한 손님이나 친척들이 찾아오면 서로 만나 인사하고 세배하는 일로 설레인다. 그들은 내게 세배 돈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VIP이기에 우리를 더욱 설레이게 한다.
어릴 때 추억거리는 이 날을 기점으로 더욱 짙어지고, 겨울은 더욱 겨울다워진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이 대견스럽고, 성장한다는 단어가 육중하게 다가오기에 또한 대견스러워지는 시기이다.
어릴 때의 삶의 페이지마다 세시 풍속과 연관을 갖는 놀이와 겨울 민속놀이로 내 삶은 풍요로웠다. 참으로 다양한 놀이들로 우리의 정서는 호강을 하고 우리의 신체도 영글어갔다. 지금도 생각하면 생생하고도 아련한 추억이 내 감정을 이입시킨다. 음력 정월 윷놀이와 널뛰기, 쥐불놀이, 그네타기, 줄다리기는 기본이고, 마당에서는 팽이치기, 구슬치기, 자치기, 딱지치기, 제기차기, 비석치기, 땅따먹기가 주를 이룬다. 깨금발 짓고 싸우기, 닭싸움 하기, 말뚝 박기가 제격이고 줄넘기, 고무줄 놀이, 공기놀이, 새금팔이는 주로 여자들의 차지가 된다. 산이고 들로 나가서는 연날리기, 저수지 얼음판에서 얼음지치기, 썰매타기는 모두가 즐거운 비명이 된다. 겨울철 즐겨하는 우리들의 대표적인 민속놀이는 숨바꼭질, 강강술래, 가마싸움, 수건돌리기가 흥을 돋우고 바람개비놀이, 굴렁쇠 굴리기는 우리의 꿈도 굴러 땅만큼 커진다. 한 해만 더 지나도 밤이면 혼자서도 이웃 동네 마실 다니며 사랑방 화롯불 주변에 앉아 민화투와 뽕을 치는 나이가 되고 둥그렇게 둘러앉아 말발바닥, 소발바닥 동물 이름대기하다 버벅이다 벌칙 받고, 순발력과 함께 박자 맞추어 번호 부르기하면 번갯불에 콩튀기듯 해야하는 일에 또 다시 걸려들어 벌칙 받고 푸른 하늘 은하수 손바닥 척척 맞추는 여자아이들은 서커스에 가까운 손재주의 신기에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된다. 깊은 한밤중에 밤참을 먹는 일은 그날의 하이라이트다. 이제 무서운 이야기, 동네방네 흉, 허물 이야기 하노라면 밤이 하얗게 지새도록 닭이 홰를 치며 새벽을 알린다. 잠시 설 추억을 되새기며 어린 시절을 반추해 보는 날이다. 신 목사 |
'믿음과 삶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 (0) | 2017.02.26 |
---|---|
.난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0) | 2017.02.12 |
[노블리스 오블리제 (0) | 2017.01.23 |
하나님 부르심의 최후 통보 (0) | 2017.01.16 |
수동태의 삶, 타동사의 삶 (0) | 2017.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