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way to heaven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살아서 나를 믿는자는 영원히죽지아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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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이야기

[스크랩] 로빈이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샤론의 수선화 2015. 6. 11. 21:16

 

어학연수 온 조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로빈

 

 

건강하게 잘 지내던 로빈이 이틀 연속 사료를 먹지 않고 목에 멍울이 잡혀서 조직검사를 했더니

 예후가 몹시 나쁜 혈관육종이라고 합니다.

이 암은 발병 후에 남은 시간이 이 주, 길어야 한 달이라고 하더군요.

로빈은 1월 17일에 발병해서 2월 17일 오전에 편안히 눈을 감았습니다.

로빈의 9번째 생일은 3월 17일입니다.

 

병원에서 전화로 결과를 알려온 시간에 로빈은 이렇게 자고 있었어요.

조직검사 후 기다리는 이틀 사이에 목과 귀밑의 멍울이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항암치료를 하면 일 년을 더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주변의 경험 있는 분들이 말려서 치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료와 그동안 즐겨 먹었던 고구마, 사과를 먹지 않아서 암투병에 좋다는 음식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았습니다.

탄수화물을 피하고 고기류를 먹이라고 하더군요.

갈은 소고기를 버터에 볶고 계란을 넣어 부드럽게 해서 주니 조금 먹고 기운을 차린 것 같습니다.

 

건강 + 점잖은 것. 지금이 기르기 가장 좋은 때라고 며칠 전에 남편이 말했는데

 안타깝게 이런 일이 생기고야 말았습니다.

 

온종일 먹지 않고 잠만 자는 날과  조금이라도 먹고 씩씩해진 날이 여러 번 반복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반짝하고 잘 먹나 보다 하는 생각에 늘 조마조마했습니다.

이날은 기운을 차린 날입니다. 날아가는 새를 보고 있는 걸까요.

 

 

 

만들어준 음식을 거부하기 시작해서 그동안 로빈이 먹고 싶어 했던 것을 주기로 했습니다.

핫도그에 들어가는 소시지, 샌드위치용 식빵, 북어, 동그랑땡, 삼겹살, 닭백숙 등등 로빈 몸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주지 않았던 음식들입니다..  처음에만 반기고 두 번째부터는 모두 거절합니다.

 

 

 

몸에 열이 나는지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나가 있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습니다.

 

집 안에 있는 물을 먹지 않고 눈만 먹습니다.

시원한 물을 찾는 것 같아 얼음을 넣어주니 먹더군요.

몸 안에서 온통 불이 났었나 봅니다.

 

 

 

 

 

누가 와도 반기는 반응이 없습니다.

숨소리가 운동을 심하게 하고 온 것처럼 크고 거칩니다.

온종일 가쁜 숨을 쉬려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요.

발병 삼 주째, 다리까지 퉁퉁 부었습니다.

 

발병 4주째, 물도 손으로 축여서 줘야했습니다.

 

 

그토록 고통스러운데도 보채지를 않습니다.

그들의 본능이라고 하더군요.

 

 하루종일 한 곳에 앉아있습니다. 오줌 누러 일어나지도 않습니다.

 

결국, 물까지 거절하는 시간이 왔습니다. 식빵 반 조각이라도 먹던 때가 그립습니다.

이때부터 오전과 오후의 건강상태가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 미디어가 주목하다! *^^*

 

한국에 있는 큰언니가 망설이는 저에게 이 책을 소개하며

다음 구절을 영상통화로 읽고 또 읽어주었습니다.

 

 

 

 

하늘나라로 보내주기로 한 하루 전날입니다.

로빈과의 마지막 밤이라 함께하고 싶어서 밖에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새벽에 열이 점점 올라 나가겠다고 해서 문을 열어주었는데 혼자 일어서지를 못해서

남편이 안아서 내보내 주었습니다.

 

아침 8시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오전 11시 30분에 로빈 보낼 예약이 되었다고.

떠나 보낼 시간을 미리 안다는 사실에 너무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떠날 시간이  몇 시간 남지 않아서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병원으로 떠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뭐라도 주고 싶은데 줄 수 있는 거라고는 물로 입을 축여주는 일뿐이었습니다.

 

이십 분 정도 일찍 출발해서 로빈과 산책하던 길들을 마지막으로 드라이브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차에 타니 로빈이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자기가 늘 앉는 맨 뒷자리로 가서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병원에는 걸어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 오면 언제나 아픈 곳을 낫게 해주었기 때문

로빈이 혹시나 기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마취제와 수면제 투여 후 바로 하얀색 약을 넣자 5초도 안 돼서 로빈의 심장이 멎었습니다.

로빈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로빈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그 순간, 제 마음은 평온했습니다.

 

 

 

 

 

삼일 후에 로빈의 유골을 찾아왔습니다.

 

 

로빈이 다니던 병원에서 애도의 카드를 보내왔습니다.

우리 가족의 힘든 시간을 직원 모두가 함께하겠다고...

 

 눈이 또 왔네요. 이제 로빈의 발자국은 더이상 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로빈을 사랑해 주신 블로그 벗님들께!

 

 

 로빈은 여러분의 많은 사랑을 받고 행복하게 살다가 갔습니다.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픈 로빈을 지켜보면서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벗님들 

다른 그 무엇보다도 건강을 잘 챙기시기를 빌고 또 빕니다. 

 

새해 인사가 늦었습니다.

언제나 평안하시고

가내에 두루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천 개의 바람이 되어(A Thousand Winds) / Hayley Westenra

출처 : 꿈꾸는 정원에서
글쓴이 : 희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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