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이엄마가 아이들 잠자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내가 아이들을 이뻐하니 이런저런 사진을 자꾸 보내줍니다. 나는 아이들 사진을 보는 것으로도 힐링이 됩니다.
방바닥에 침대 매트리스 하나 깔아놓고 다섯 식구가 잠을 잡니다. 외삼촌을 비롯한 아이 세 명이 꿈나라를 헤매는데 이불과 사람이 구분이 안 됩니다.
방바닥을 매트리스가 거의 차지하고 나면 조그마한 공간만 남습니다. 밥상 하나 놓을 공간도 안 남아 책 몇 권이 밥상이 됩니다.
셋째를 임신하자 아빠는 아이를 유산시키라고 하고 집을 나갔답니다.
“솜이엄마, 막내는 어디에서 낳았어?”
살던 집을 비워주고, 베들레헴의 마리아처럼 길거리에서 출산을 하지는 않았나 싶어 물었습니다.
“이모, 막내는 지금 자고 있어요.”
“아니, 막내를 어디서 낳았냐고?”
‘낳다’라는 단어를 아직 배우지 못한 솜이엄마와 나는 동문서답을 하고 있습니다.
“보온, 보온! 태어나다, 태어나다! 태어나다 몰라?”
나는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또박또박 발음을 해 줘도 도통 알아먹지를 못합니다. 할 수 없이 진열하던 과일을 바닥에 내려놓고 아이 낳는 시늉을 해보였습니다.
“아...! 고향에서요.”
결혼한 동생 집에 아이 낳으러 갔다가 올케의 눈치가 심해서 다시 호찌민으로 나와 훼사장을 만난 것 같습니다. 나는 듣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더 묻다가는 혈압이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그만 둡니다.
“이모, 이야기가 길어요......”
솜이엄마도 내게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 것 같은데, 우리는 서로 한국말이 통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합니다.
자칫 세상구경을 못할 뻔한 막내가 제일 귀엽습니다. 저녁을 먹여놓고 심야시장에 물건을 떼러 나가면 따라 가려고 울거나 떼를 쓰지 않고 손을 흔들며 엄마를 보내준다고 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도 환경 따라 적응을 하며 스스로 자라나고 있습니다.
지난 번 우리 큰딸이 보급품을 갖고 왔다가면서 솜이엄마에게 월 5만원씩을 돕겠다며 구좌번호를 받아갔습니다.
그 날 이후로 한국인 두 세 명이 추가 되어 <솜이네 후원회>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밤잠 안 자고 죽기 살기로 살아내고 있으니 이렇게라도 길이 열리나 봅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나님께서 천사들을 보내시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세 아이만 곁에 있으면 최고로 행복한 솜이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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