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솜이네 막내가 첫 돌을 맞았습니다.
엄마가 제대로 돌볼 겨를이 없어서, 늘 감기를 달고 사느라 아직 걸음마도 못 뗐습니다.
솜이네는 가족이라야 외삼촌 밖에 없어서 훼사장 친정 부모님이 6시간의 차를 타고 오셨습니다.
마침 우리 아파트에, 한국에서 겨울을 나러 오신 어르신들이 계셔서 함께 돌잔치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늘 우리부부만 아파트 주변을 맴돌다가 한국 어르신들이 가세해 주시니 얼마나 든든하고 힘이 되는지모릅니다.우리부부는 마치 외톨이로 놀던 아이에게 형이 나타난 것 마냥 목소리가 커집니다.
돌잔치 전날, 공부하러 왔던 솜이 엄마가 막내의 첫돌 얘기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한국인 정서를 몰라서 어떡해야할지 망설였나봅니다. 가게에 내려갔더니 훼사장이 귀띔을 해 줍니다.
“이모, 내일 막내 첫돌이에요.”
“그래? 어떡하면 되지?”
“그냥 오셔서 식사하고 가세요.”
“식사비는 어떡하는데?”
“돈은 제가 내요.”
“훼사장도 돈이 없을 텐데...., 그래 알았어. 한국에서 오신 분들도 함께 모시고 갈게.”
“좋아요! 그럼, 한국식당으로 준비할게요.”
“아니야, 한국식당은 비싸니까 베트남 식당에서 베트남 식으로 준비해. 우리는 다 먹을 수 있어.”
때맞추어 한국에서 우리 딸이 이런저런 보급품을 가지고 오면서 아이들 선물도 챙겨왔습니다.
나는 솜이 엄마에게 힘이 좀 돼 주고 싶어서 봉투를 챙기며 물었습니다.
“솜이 엄마, 식사비는 어떡하지. 훼사장이 낸다고 하는데?”
“아니에요. 우리 아이 돌인데 제가 내야해요.”
나는 솜이 엄마가 경비를 내는 게 자존심도 세워주고,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한국 사람들이 제각기 축하금을 가지고 식당에 갔습니다.
베트남은 첫돌 잔치를 아주 성대하게 하는 걸 본적이 있어서 초라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을 하며 식당에 갔습니다.
도착해 보니 조그마한 식당에서는 풍선도 달아놓고 생일 노래도 틀어놓아 제법 들뜬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솜이 엄마가 분홍색 드레스에 분홍색 머리띠까지 한 막내를 안고 들어옵니다. 우리는 박수로 맞으며 제각기 축하금과 선물을 안겼습니다.
변변한 옷 한 벌이 없어서 청바지에 남방차림으로 아이를 안고, 함박웃음을 웃는 솜이 엄마를 보니 마음이 아픕니다.
소녀가장으로 동생들을 돌보다가, 나이 많은 한국 남자를 만나 몸을 의탁한 것이 또 잘못되어 빚더미와 삼남매를 떠안게 된 솜이 엄마가 가엽기 그지없습니다.
드디어 생일 케이크에 촛불 하나가 켜졌습니다. 일생의 첫 촛불이 켜진 것입니다.
한국 사람이 더 많아서 한국말로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습니다. 감기를 앓고 있는 막내는 불을 끌 힘도 없습니다. 엄마가 대신 촛불을 불었습니다.
아이 눈에 잠이 가득 차오니까 엄마가 식탁을 건너와서 젖을 물립니다.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잠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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