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반도에는 산불이 잘 나지 않습니다. 수량이 풍부해서 식물들이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 배추도 어찌나 수분이 많은지 아무리 죽여도, 죽어도 죽지 않습니다. 밤새껏 절여놓아도 씻으면 피둥피둥 살아납니다.
아무튼 김치를 담아서 먹어보니 내가 담은 김치를 내가 못 먹겠습니다. 김치가 맛이 없으니 김치찌개나 김치 볶음밥도 맛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솜이 엄마에게 좀 담아보라고 했습니다.
가게에 들어가려다가 마침 물건을 잔뜩 떼 온 솜이 엄마와 마주쳤습니다.
호찌민에는 한국과 같은 고추가 나지 않습니다. 우리 동네에는 자잘하고 독하게 매운 땡초만 팝니다. 백화점이나 큰 시장에 나가야 한국 고추 같은 풋고추를 살 수 있습니다.
우리는 김치 담을 때는 한국에서 수입해온 고춧가루를 사용합니다. 닭강정 할 때도 튀김가루와 물엿은 한국제품을 써야 맛이 제대로 납니다.
솜이 엄마가 와서, 절인 배추에다가 배트남식 양념을 합니다. 마침 한국어 수업을 마친 윈이 신기한 눈빛으로 김치 담는 것을 견학합니다.
우리 집은 학원도 되고 김치공장도 되고 통닭집도 되고 있습니다.
중국 사람은 이렇게 퍼질러 앉지를 못하는데 이들은 책상다리도 잘합니다. 나는 마늘 까고 양념 대령하면서 베트남식 김치 만들어가는 것을 지켜봅니다.
여름김치인데도 생강을 듬뿍 넣습니다. 베트남은 허브 채소가 참 많고 즐겨먹습니다. 마늘과 생강을 갈 때는 세븐업을 넣어서 갑니다. 또 양념에 설탕도 많이 넣습니다. 이들은 음식을 좀 달달하게 먹는 편인가봅니다. 이외로 참기름도 넣습니다.
이윽고 내가 월남김치라고 이름붙인 퓨전김치가 완성되었습니다. 맛을 보니 단맛과 생강맛이 강해서 내 입에는 영 맞지 않습니다.
저울로 달아 가게에 가져다 놓고 왔더니 하루 만에 절반이나 팔렸습니다.
이제는 훼사장보고 월남김치 만드는 동영상을 찍자고 해야겠습니다. 빨리 인터넷을 뒤쳐 김치의 효능을 외워야겠습니다.
오늘은 가게에 갔다가 키다리 참외를 보았습니다. 배꼽에다 코를 대어 봐도 단 내음이 안 납니다. 그래도 참외 사촌은 될 터여서 사왔습니다.
잘라서 씹어보니 완전 스폰지입니다. 니맛내맛도 안납니다. 이렇게 맛대가리 없는 것을 어떻게 먹는지, 대책이 안섭니다. 버리기 아까워서 믹서로 갈아 매매 저어서 잼을 만들었습니다. 설탕맛 밖에는 안납니다.
레몬향을 내보려고 베란다에 굴러다니는 큰 레몬을 갈아서 함께 넣었습니다. 걸쭉한 잼은 만들어졌는데 이번에는 뒷맛이 쌉쌉합니다. 결국 버리고 솜이 엄마에게 물어보니 키다리 참외는 젤리 만드는데 넣는 거라고 하네요.
나는 베트남 사람 되려면 아직 멀었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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