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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살아서 나를 믿는자는 영원히죽지아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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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베트남.소식

[스크랩] 베트남에 살아보니 25

샤론의 수선화 2018. 11. 28. 19:42

  김치 10k를 2만5천원에 사서 통에 나눠 담아보니 양념물 빼고 9k가 나옵니다. 가게의 일하는 아줌마와 계산대 아가씨에게 한통씩 주고 이래저래 좀 나눠주고 나면 10k 팔 때마다 5천 원 정도 적자가 납니다. 
  그래도 나는 김치장사를 놓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돈을 벌 때가 아니고 베트남인에게 맛을 보이고 맛을 길들이며 김치에 인이 박히도록 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베트남 인구 1억 명이 다 김치 없으면 밥을 먹은 것 같지가 않도록 만드는 게 내 꿈입니다.
  일본이 맨발의 아프리카인들에게 신발 신는 것을 가르쳐서 팔아먹었듯이, 나도 베트남인들에게 김치 맛을 길들여서 김치를 팔아먹을 생각입니다. 그러니 당분간 홍보비가 좀 들어가도 괜찮습니다.
  나는 이렇게 바늘구멍만 뚫어놓으면 후대들이 나머지 일을 이어갈 것입니다.


                           

 

  오늘 냐안의 생일이라고 해서, 미역국을 끓여놓고 초대를 했더니 7명이나 왔습니다. 한국사람 사는 게 궁금했나봅니다.
  밥솥도 작고 수저와 밥그릇이 모자라서 두 팀으로 나눠서 밥을 먹었습니다. 신김치를 후라이팬에 볶아서 내 놨더니 금 새 동이 납니다. 내일은 김치볶음을 만들어 가게에 가져가봐야겠습니다.
  김치찌개, 김치전, 김치볶음밥, 김치만두, 김치국수, 김치양념 등 김치전문점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도차이나반도는 육로로 이동 가능한 5개국 인구가 2억 명입니다. 한국의 대표브랜드인 김치를  먹을 잠재인구가 2억이나 있다는 말입니다.
 
   20년 넘게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다녔더니 어깨근육이 망가져서 요즈음은 옷을 입기도 힘이 듭니다.
   그런데 훼사장이 자꾸만 김치를 만들라고 재촉을 합니다. 할 수 없어 오늘은 김치를 담아야겠습니다. 곧 동영상도 찍자고 할 텐데 주문이 많아지면 어떡할까 걱정입니다.
  유산균이 풍부한 김치의 효능을 조곤조곤 얘기하며 동영상을 찍어 올리면 분명히 주문이 들어올 것입니다. 한 번씩 김치세미나도 열어 김치 담는 법을 가르쳐 주며 홍보를 하면 더 좋겠지요.
  누군가 이 일을 이어갈 후발주자가 나타날 때까지 김치 수명을 이어가야 할 텐데 그때까지 내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한인타운을 벗어나서 현지인 속에 깊이 파묻혀 살다가 보니 한국인의 프리미엄도 붙고 눈에 보이는 것도 많습니다. 그러나 내가 아는 것만큼만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아파트 상가에는 외국상품 전문점이 있습니다. 이 가게는 문 밖에서 커피를 팔고 부동산 간판도 붙여놓았습니다.
  어느 빨래방은 점포 밖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팝니다.
  아파트에서 피자를 구워 파는 집도 있고 도시락 배달을 하는 집도 있습니다.
  사회주의국가인 베트남이 훨씬 더 자본주의 같습니다. 능력껏 벌 수 있도록 법이 여유로운 것 같습니다.
  훼사장이 아파트 현관문에 붙여놓으라며 간판을 만들어왔습니다. 일반 외국인이 돈을 버는 것은 안되지 싶은데 훼사장 회사 그늘에 들어가서 괜찮은가 봅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현지 서민들은 1,500원 이내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합니다. 그래서 나도 무엇이든 1,500원 이내의 단위로 포장을 해야겠습니다.


  “이모, 치마 안 입어요?”
  “으응, 치마를 안가지고 왔어.”
  나는 무릎에 바람이 나서 바지만 고수했는데  늘 정장을 입고 있는 훼사장 눈에 내 모습이 초라했나봅니다.
  내년 봄 한국에 가서는 치마와 정장을 챙겨와서 한국 늙은이의 위상을 좀 높여야겠습니다.


  어제는 서울의 어느 부동산에서 베트남 상가 분양을 좀 하고 싶다는 카톡이 왔습니다. 알아보니 외국인은 상가를 살 수 없다는 군요. 그래서 빈시티 분양 자료를 보내주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부동산 전무가도 되어가고 있답니다.^^

출처 : 통일한국 원로원
글쓴이 : 무궁화33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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