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거실에 나오니 도마뱀 한 마리가 기어다니고 있습니다. 내가 문단속을 얼마나 철저히 했는데...,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쫒아가며 모기약을 뿌렸더니 해롱해롱 거립니다. 봉걸레로 덮어놓고 산책을 나왔습니다.
추위를 호랭이보다 더 무서워하는 나는 25도만 돼도 소매긴 옷을 입어야합니다.
오늘 아침 소매 긴 옷을 꺼내 입었습니다.
열대지대인 호찌민도 가을이 있는지 산책로에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나무를 쳐다보니 떨어진 나뭇잎 사이로 연한 새 잎이 나고 있습니다. 가을과 봄을 동시에 맞이하나 봅니다. 참 재미있는 나무입니다.
집에 들어서니 내가 아침에 사냥한 도마뱀을 남편이 처리를 해놓았지만 미안함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아침을 해 먹고 80만여 명의 화교들이 모여 산다는 호찌민의 차이나타운에 가보았습니다.
차이나타운은 한 곳에 밀집되어 어마어마한 상권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하루에 다 둘러볼 수 없는 규모입니다.
남편의 보약을 지으러 약방거리를 찾아갔습니다.
2대에 걸쳐 한의원을 하고 있다는 곳을 소개 받아 갔는데 2시간 정도 기다려서야 차례가 됐습니다. 우선 일주일 치 약을 받고 26,000원 정도 냈습니다.
코리아타운에 한국인 병원과 한의원 등 23곳이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 나올 때는 여행자 보험 가입을 안 해서, 겸사겸사 차이나타운을 찾아갔습니다.
동자승들이 쪼르르 왔기에 동의를 구하고 한 컷을 찍었습니다. 헤어스타일도 특이하지만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아마 단체로 감기에 든 것 같습니다.
인도차이나반도 국가에는 아직 모슬렘이 기승을 부리지 않는 대신 불교가 승합니다.
베트남은 중국 한나라 때부터 약 1천 년간 중국 지배를 받았답니다. 그 후 19세기부터 가난과 전쟁 등으로 인해 광동성과 복건성 지역의 중국인들이 동남아 주변국으로 이주해 나가면서 베트남으로도 흘러들어왔습니다.
마치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에 우리 조상들이 만주나 하와이로 이주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후 베트남이 공산화 되면서, 자국의 경제와 유통의 중추를 장악하고 있던 화교에 대해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정부가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화교 20만여 명을 강제 추방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과 잦은 갈등과 분쟁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배경 때문인지 베트남인들은 중국인을 체질적으로 싫어합니다.
아무튼 이 곳의 화교들은 한 지역에 뭉쳐서 살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처럼 베트남인들과 섞여 살지 못합니다. 그래서인지 차이나티운을 벗어나면 중국어가 한 마디도 안 통합니다. 동남아에서는 중국어가 조금씩은 다 통하는데 베트남은 어림도 없습니다.
우리 같은 외부 인이 보기에 베트남의 언어와 풍습, 정서에 중국풍이 많이 녹아 있는 것을 느끼는데도 정작 본인들은 중국을 무지 싫어합니다.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끼리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사이좋게 지낼 수가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코리아타운에 갔습니다.
지인들을 불러내어 동태찌개를 앞에 놓고 마음껏 한국말을 합니다. 한 번씩 코리아타운에 나와서 이런 시간을 갖는 것으로 내 심신에 선물을 줍니다.
말이 안 통하는 불편함 대신, 알아들어서 생기는 스트레스!
그 스트레스가 없는 편안함에 더 비중을 두며 오늘도 행복한 타국 생활을 엮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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