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수레
권여원
가을 오솔길에서
당신을 만납니다
노을은 단풍 속으로 들어가
바람이 전하는 은종소리에 하루를 돌아보며
온몸을 붉게 풀어 놓습니다
잎새마다 피로 물든 당신으로 인해
폭우에 지친 여름을 날 수 있었습니다
비파나무가 현을 켜는 허공엔
오르지 못한 기도가 매달립니다
희미해지는 종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제는 가벼워져야 할 때
손에 맺힌 이슬마저 바람에 내어 놓으면
잎새들의 스치는 소리가
물풀이 든 세마포 자락 같습니다
눈동자에 고인 기도가
당신의 무한한 창공을 향해
날갯짓을 시작합니다
하늘문을 여는 나팔소리
가을나무는 온 몸에 촉수를 켜고 있습니다
더 붉은 열매를 위해
한알의 밀알이 되기 위해
바람의 수레에 바스락거리는
내 영혼을 실어봅니다
출처 : 주님을 기다리는 신부들
글쓴이 : 영심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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