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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살아서 나를 믿는자는 영원히죽지아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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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베트남.소식

[스크랩] 베트남에 살아보니 35

샤론의 수선화 2018. 12. 19. 19:07

  솜이네 가게가 나날이 번창하고 있습니다.
  가게 크기는 그대로인데 물건이 자꾸만 늘어납니다. 진열대를 위로 키우니 얼마든지 상품을 쌓을 수 있습니다. 해물, 육류, 채소, 과일, 생필품 등 이제는 없는 게 별로 없습니다.
 


  우리 아파트에 4곳의 식료품 가게가 있는데 조그마한 솜이네 가게가 손님이 제일 많습니다. 이 가게는 에어컨도 없고 영수증발급기도 없습니다. 그냥 재래식가게입니다. 인간관계로 맺어지는 동네장사를 솜이 엄마가 잘 해내고 있습니다.
  다른 3곳의 마트는 가맹점이어서 깨끗하게 유니폼 입은 월급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솜이네 가게는 솜이 엄마가 죽기 살기로 일을 합니다. 제일 일찍 문을 열고 제일 늦게 문을 닫습니다.
  6시 반이면 주문한 물건을 잔뜩 실은 오토바이가 도착합니다. 그 시간에 주민들도 아침식사를 준비하러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아직 다른 가게가 문을 안 열 때여서 솜이네 가게로만 사람들이 몰립니다. 어제 팔다가 남은 물건을 빼 내고 새 상품을 미처 진열하기도 전에 손님들이 몰려오니 물건 진열하랴 계산해주랴 다섯 명이 붙어도 정신이 없습니다.


  나는 어제 아침에도 어김없이 일찍 가게에 나갔습니다.
  메기와 새우, 자잘한 게를 담은 물동이가 가게 앞에 놓입니다. 이 아침해물들은 힘이 넘쳐나서 물동이를 튀어나오기 일쑤입니다. 게는 걸어서 나오고, 새우는 톡톡 튀어 나오고, 메기는 펄쩍 높이뛰기를 하여 나옵니다.
  어제 아침에도 힘 좋은 메기 한 마리가 물동이를 뛰어 넘어 길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출근길 오토바이가 오가는 길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마침 산책 나온 개가 입맛을 다시며 목줄을 당겨 메기에게로 다가갑니다. 나는 순간포착을 하려고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남자직원인 당이가 메기를 잡으려고 나옵니다. “잠깐만!” 나는 단발마를 외쳤지만 한국말을 모르는 당이가 메기를 덥썩 집어 물동이에 던집니다. 개와 나는 허탈하여 각자 발길을 돌립니다.
  월 25만원 받고 일하는 도우미 아줌마가 일을 열심히 잘합니다. 나는 아줌마가 묶어놓는 채소들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도우미의 도우미 일을 열심히 합니다.
  가게 식구들 모두에게 한국말을 어서 가르쳐야겠는데 모두들 바빠서 시간내기가 힘듭니다. 그러나 솜이 엄마만은 꼭 가르쳐 주고 싶어서 공짜로 가르쳐줄테니 오라고 했습니다.


                               


  점심시간, 짬을 낸 솜이 엄마가 오전에 판 수익금을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왔습니다. 가게문을 닫고 낮잠 잘 시간에는 이렇게 돈을 들고 다닙니다.
  첫 수업, ‘가갸거겨’ 받아쓰기를 하다가 아무소리가 없어 가만히 보니 졸고 있습니다. 찬물을 들이키고 다시 시작을 하지만 또 얼음!, 그래서 내 방에 가서 30분만 잠을 자라고 했더니 어려워서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이렇게 잠을 자고 있습니다.



  내 가슴 밑바닥에서 안쓰러움이 밀려옵니다.
  솜이 엄마 전화를 멀찍이 옮겨다 두었는데도 벨이 울리니 발딱 일어납니다.
  “솜이 엄마, 어제 몇 시에 잤어?”
  “큰 시장에 물건 떼러 가느라 새벽 2시에 잤어요.”
  “몇 시에 일어났는데?”
  “6시에요. 큰 시장은 물건이 싸요.”
  막내딸 같은 솜이 엄마를 어떻게 좀 더 도와 줄 길이 없을까 고민입니다.



  한국어 배우러 오는 학생들은 모두 이렇게 비닐봉투에 교재를 담아서 옵니다.
  우리나라의 흔한 에코가방이 많이 생각납니다.
 
  “훼사장! 가게 식구들 점심은 어떻게 해결해?”
  “우리 집에 가서 먹어요.”
  “누가 밥을 해?”
  “제가요.”
  “오늘 점심은 내가 월남김밥으로 준비할게.”
  “감사합니다! 이모, 오늘 우리남편 생일. 저녁 파티해요.”  



  집이 비좁아 아파트 정원에서 파티를 엽니다.
  우리 아파트는 주민들이 파티를 할 수 있도록 공간과 장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어스름한 전등불빛 아래에서 아이 어른 15명이 모여서 정담을 나눕니다.
  케이크를 들고 간 우리부부도 집안 어른이 되어 상석으로 안내를 받습니다.
  나는 잠시 앉았다가 솜이 엄마에게서 막내를 받아 안고 정원을 거닙니다. 



  우리는 국경을 초월하여 이렇게 점점 한 가족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출처 : 통일한국 원로원
글쓴이 : 무궁화33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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