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way to heaven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살아서 나를 믿는자는 영원히죽지아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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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베트남.소식

[스크랩] 베트남에 살아보니 38

샤론의 수선화 2018. 12. 22. 18:01

  솜이 엄마가 열심히 한국말을 배우러 옵니다.
  나도 솜이 엄마에게는 속성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저께는 수업을 마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제는 한국말로 조금씩 이야기가 통하고 있습니다.
  “솜이 엄마, 고향에는 부모님이 계셔?”
  “아니요, 부모님은 내가 어릴 때 돌아가셨어요.”
  “저런 고생이 많았겠구나!”
  “네..., 막내를 임신 했을 때, 애 아빠가 집을 나갔어요. 돈도 다 떨어지고 있을 곳이 없어서 결혼한 남동생 집에 잠시 얹혀살았어요. 그런데 올케 눈치가 보여 더 있을 수가 없어서 집을 나왔어요. 아이 셋을 데리고 갈 데가 없어 헤매고 있을 때, 훼사장이 우리를 불러주었어요.”
  “쯧쯧...., 그랬었구나. 어려서부터 고생이 많았겠구나...... 훼사장이 참 고맙네!”
  나는 솜이 엄마 이야기를 들으며 목젖이 아려서, 현관을 나서는 솜이 엄마를 꼬옥 껴안아주었습니다.


  “이모, 짐이 한 박스 왔어요. 나는 시골에 가요. 이모 사무실에 와서 보세요.”
  훼사장이 동생 결혼식이 있어서 친정에 간다며 떠나갔습니다.
  나는 한국에서 배로 보냈다는 짐이 벌써 도착했는가 싶어 급히 나가보았습니다.
  발신지를 보니 홍콩에서 EMS로 보내온 박스였습니다. 사전에 연락을 받은 적도 없고 보낸 사람도 모르겠고 해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가게에 있던 솜이 엄마가 와서 함께 박스를 개봉합니다.
  조그마한 편지가 나옵니다. 내 글을 읽은 어느 분이 보내주신 물건들이었습니다. 편지를 읽는 순간 내 가슴에 전기가 찌릿하고 지나갑니다.
  그 순간의 감정을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솜이 엄마에게 편지를 읽어주었습니다.



  박스 안에서 장난감과 솜이네 아이들에게 맞춤한 신발, 옷가지가 가득 쏟아져 나옵니다.




  “아이구 이뻐라! 이건 혜림이에게 꼭 맞겠다. 아이구! 이건 혜용이 주면 좋아하겠다.”


                               


  솜이 엄마와 내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장난감과 옷가지를 꺼내어 바닥에 펼쳐놓습니다.
  솜이 엄마는 이것도 아이들에게 사 주고 싶고 저것도 사 주고 싶은데 돈은 없고, 물건을 꺼내면서도 걱정을 많이 했나봅니다.
  “솜이 엄마! 이것은 모두 산타가 보내주신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그러니 솜이 엄마가 다 가져!” 
  “어머! 이모, 고마워요! 고마워요!”
  솜이 엄마는 나를 껴안고 또 껴안습니다. 


  다행이 훼사장이 없을 때 짐을 개봉해서, 솜이 엄마에게 물건 사용할 권한을 다 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솜이 엄마는 훼사장 아들에게도 넉넉히 나눠 주고, 가게에 온 꼬마 손님에게도 한 두 개씩 나눠주며 그동안에 진 마음의 빚을 조금이라도 씻을 수 있겠지요! 
  내 말 한마디가 솜이 엄마를 이렇게 기쁘게 하다니..., 갑자기 내가 힘이 세어진 느낌입니다.


  귀한 선물을 보내주신 이웃님께 감사와 축복의 말씀을 올립니다!

출처 : 통일한국 원로원
글쓴이 : 무궁화33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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