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찬미예수 오늘도 치옥혜 시인의 마음을 따라잡으려 세 편의 시를 올려 본다. 좋은 시는, 세계와 우주를 향해 마음의 창을 항상 열어두고 사랑으로 만물을 껴안고 호흡하며, 열정을 가지고 온 몸으로 수도자처럼 정진할 때만 나에게 얼굴을 잠시 보여준다고 한다. 햇빛의 몸을 보았다
창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내 책상에 펼쳐놓은 노트에서 옷을 벗었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 보라 일곱 가지 색깔이 나란히 사이좋게 반짝이는 색동 몸이다. 햇빛의 아름다운 몸을 가만히 어루만지니 어느덧 햇빛이 부피도 무게도 없이 내 손등 위에 있다. 세상에 가득하면서도 제 자리나 집이 없다. 올 사람들의 영혼이 그러할까 떠난 사람들의 넋이 그러할까 무엇에게도 구속되지 않고 모든 것과 함께 하면서 모든 것을 자유롭게 하는 햇빛을 닮으면 내 몸도 무지개가 될까 영원히 썩지 않는 생명이 될까 내 노트 위에서 쉬고 있는 햇빛의 맨 몸이 손가락 하나 안 대고 나를 사로잡는다.
산 숲
산 숲은 세상의 허파 사람과 동물들이 더럽힌 공기를 맑게 청소하여 되돌려 주는 공기청정기
산 숲은 성자 장대비를 머금어 홍수를 막아주고 가뭄에 저장한 물을 흘려보내 목마른 마을과 들을 적셔주는 사랑 나눔이
산 숲은 어머니 찾아온 생명이면 누구든 무엇이든 품어주는 안식처 우리 어머니는 시인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야 어머니가 시인인 것을 알았네. 문자로 남긴 시는 한 줄도 없지만 벌판에 산에 강에 바다에 길에 집에 마을에 도시에 내 마음 멎는 곳마다 어머니가 몸으로 쓴 시 박혀있네. 나만 볼 수 있는 시 내가 번역해야만 다른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어머니의 시를 읽네.
향기롭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시 눈물 나고 가슴 아픈 어머니의 시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는 어머니의 시 읽어도 읽어도 더 읽고 싶은 시 읽다 보면 가슴에 고이는 사랑 읽다 보면 눈에 맺히는 눈물 읽다 보면 온 몸에 퍼지는 평화
나는 글씨로 시를 쓰느라 사랑을 잃고 삶을 허물었는데 어머니는 몸으로 시를 쓰며 사랑을 이루고 삶을 세우셨네.
시인인 나를 부끄럽게 하는 어머니의 시 내 생애 가장 감동스런 어머니의 시 평생 읽어도 다 못 읽을 어머니의 시 천지 사방에 박혀 있는 어머니의 시
우리 어머니는 세상에 몸으로 시를 쓴 시인이네 이런 시를 쓸 수 있는 분을 진심으로 만나고 싶어지는 가을의 뒤안길이다. 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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