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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샤론의 수선화 2019. 8. 4. 15:13








유튜브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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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성과 소비대상 논란… 본인의 재능활동인가, 어른 돈벌이 욕심인가




“저는 지금 ○단지 놀이터에 나와 있는데요….”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단지 놀이터에서 만난 ㄱ양(7)은 셀카봉을 들고 독백을 하고 있었다. 스마트폰 동영상 녹화 화면에 떠 있는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친구들과 무엇을 하며 놀고 있는지를 어딘가에 있을 시청자들에게 말해주는 중이었다. 주변에 따라온 또래 혹은 동생뻘의 친구들에게 생각을 묻는 인터뷰도 하고 그날의 날씨나 기분에 관한 자기 생각도 이야기하다 몇 분만에 촬영은 끝났다. 방금 찍은 영상을 유튜브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 올리느냐고 물으니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대로는 안 올리고요, 집에 가서 찍은 것 다시 보고 마음에 드는 부분만 모아서 편집해서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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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보람튜브’에 올라온 영상 중 특정●업체의 장난감을 소개하는 장면. / 유튜브 보람튜브 캡쳐


‘구독’과 ‘좋아요’를 약속하자 흔쾌히 알려준 ㄱ양의 채널에는 영상 수십 편이 이미 올라와 있었다. 구독자 수는 40명 남짓, 각 영상마다 조회수도 열자릿수 단위에 그쳤다. 유튜브에 수익창출 신청을 할 수 있는 조건에 못미친다. 돈을 목적으로 영상을 올리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같은 반 친구들 중에서 구독자가 두 번째(로 많다)”라는 ㄱ양은 영상을 찍고 올리는 일이 재미있기도 하고 또래 친구들에게 자신을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도 생각해서 이 일을 한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영상의 내용은 ㄱ양의 일상을 담고 있어 친구나 가족이 아니라면 크게 관심이 갈 법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래도 최근 영상일수록 자막이 들어가거나 화면의 흔들림이나 기울어짐도 없어지고 편집에도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문화센터에서 유튜브 수업을 들었는데 (수료)하고 나서도 매일 연습했어요.” 기량 향상의 배경에는 꾸준한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월 소득 수십억원, 강남 빌딩 사들여

어린이 혼자서 찍는 영상이 대중의 이목을 크게 끌기는 힘들지만 어른의 도움이 있으면 얘기는 달라진다. 학교나 유치원, 어린이집에서 ‘인싸(인사이더)’ 되는 화장법이나 머리 묶기, 옷 입기 영상들은 또래 어린이들은 물론 학부모 사이에서도 인기다. 메이크업이나 패션 전문가들까지 출연해 노하우를 알려주는 영상은 조회수가 1000만 단위를 넘어가기도 한다. 누가 봐도 예쁘고 귀여울 정도면 인기는 더욱 높다. 어린이 유튜버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서도 외모를 우선하는 흐름은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이런 어린이 외모 단장 콘텐츠들은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제작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게 구성돼 있다.

6세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대표적인 인기 ‘키즈 유튜버’ 채널 ‘보람튜브’ 등 3개 채널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월 30억원을 훌쩍 넘기며 출연 아동의 부모가 서울 강남에 있는 95억원 상당 빌딩을 샀다는 사실은 파장을 일으켰다. 여기에 아이스크림 업체인 배스킨라빈스 광고에 출연한 아역 모델을 두고 벌어진 아동 성상품화 논란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TV든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를 통한 개인 미디어든 어린이들이 영상매체를 장식하는 주체이자 대중적인 이미지 소비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그와 함께 쉽게 결론을 내리기 힘든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화면 속 주인공은 어린이들이지만 실상은 그들을 흔한 소비대상으로 남용한다는 지적도 나오기 때문이다.

아역 모델 오디션이 열린 서울의 한 기획사 건물 앞 도로는 부모와 아이들이 타고 온 자가용 승용차들로 정체가 빚어지고 있었다. 차례를 기다리는 부모들 중에는 이미 다른 오디션에 같이 참가했거나 기획사에서 만난 적이 있어 구면인 관계도 적지 않다. 이미 기획사 홈페이지에 아이들의 사진과 영상을 올린 뒤 한 차례 심사를 거쳐 모인 지망생들이라 모두 외모도 개성도 돋보였다. 다들 한껏 꾸몄지만 모두가 번듯하니 불안한 마음은 감추기 어렵다. 아들 김모군(6)을 데리고 나온 어머니 양진아씨(34)는 며칠 전 갑자기 빠진 아이의 앞니가 걱정이었다. “급하게 치과에 가서 임시 치아를 붙여 오긴 했는데 심사위원이 자세히 보다가 티가 나면 어쩌나 싶어 불안하다”며 “그동안은 애도 재미있다고 해서 경험삼아 했지만 아무래도 이번 오디션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지원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이는 만큼 2~3살 단위로 구분해 심사가 진행된다. 여기서도 유튜브 등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으면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이미 스스로의 힘으로 인지도를 쌓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평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수십만에서 수백만 명 정도로 구독자를 모은 키즈 인플루언서는 유튜브 수익만으로도 엄청 벌기 때문에 기획사를 통해서 모델이 되려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나오기만 한다면 모델업계에서도 그만큼의 대우를 받는다”며 “연기나 춤, 노래까지 잘해서 소질이 보이는 아이들은 스카우트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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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통계 분석업체 워칭투데이가 집계한 구독자 기준 국내 톱 유튜버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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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유명해져서 인기를 끌면 돈과 명예를 빠르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자녀가 이 분야에서 성공하길 바라는 부모들은 ‘혹시나 우리 애도?’ 하는 마음으로 첫발을 들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점차 전문적인 수준으로 깊게 들어갈수록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 비용도 만만치 않게 된다. 특히 화장은 이전 같았으면 오디션 참가를 위해 일회성으로 전문 메이크업을 받는 정도에 그쳤지만 유튜브로 상시 영상을 녹화하는 최근에 와서는 남아와 여아를 가리지 않고 필수적으로 배워야 할 기술 중 하나가 됐다. 강의 1회당 2만~3만원가량의 수강료를 내고 기초부터 색조화장까지 얼굴 꾸미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백화점 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아동 메이크업 강의를 진행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아이들과 부모들에겐 특유의 생동감을 강조하면서도 각 아이마다 가진 장점을 살리는 메이크업 노하우에 중점을 두고 가르친다”며 “네 살짜리 아이도 수강하러 와서 가르쳐본 적이 있는데 이왕 배울 거면 제대로 배우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 엄마도 동의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영상에 나오기 위해서라도 외모를 꾸미고, 외모를 꾸며야 경쟁력이 있다고 배운 아이들이 늘면서 화장품업계도 초등학생 미만 유아용 메이크업 제품까지 쏟아내고 있다. 업계가 추산한 유아 색조화장품 시장 규모만 해도 연간 2000억원 수준이다. ‘아동용은 비싸야 더 믿을 수 있다’는 인식에다 아동복과 세트를 이루는 제품, 또는 성장단계에 따른 화장품 세트 등도 출시되면서 가격은 성인 제품 이상으로 높다. 화장품 판매점에 어린이들이 직접 얼굴에 발라볼 수 있게 아동 전용 코너를 따로 설치하기도 하고 ‘뷰티 놀이터’가 설치된 아동용 놀이시설도 등장했다. 이러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광고 역시 키즈 인플루언서가 직접 써보는 체험기 같은 형식으로 유튜브나 소셜미디어(SNS)에서 넘쳐나고 있다.

‘초등학생들의 화장품 사용 실태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에 따르면 초등학생 중 42.4%가 색조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 색조화장품을 사용한 시기를 묻는 문항에는 5학년이라고 답한 비율이 43.4%로 가장 많아 화장을 시작하는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이러한 문화에 대해 “한국 아동은 외국에 비해 화장을 더 많이 하는 한편 화장이 또래문화로 강력하게 자리잡기도 해서 화장하지 않으면 따돌림당하는 경우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시대의 흐름 때문에 어린이들을 돈벌이를 위한 도구나 대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어린이들 자신이 원하고 즐겨서 하는 활동들을 어른의 잣대로 판단해 간섭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반박도 만만찮다.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보람튜브가 2017년 국제구호개발단체 세이브더칠드런으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되기도 한 것처럼 아동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영상이 학대를 유발할 수 있다는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서 조회수를 이끌어내려면 보다 자극적인 내용을 담아야 하다보니 어린이는 더욱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게 마련이다. 어른들도 먹을 때 주의해야 할 음식을 아이들에게 먹이거나 도로 위를 아동용 장난감 차를 타고 달리게 하는 등 아찔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키즈 유튜버’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2018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에 따르면 초등학생이 희망하는 직업순위 5위에 유튜버가 올랐다. 아동 모델이나 연예인의 성 상품화 문제 역시 결국 예쁘게 꾸미고 다듬는 노력을 거치면 그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어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일방적인 미적 기준을 어떻게든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생겨난 씁쓸한 현실이라는 얘기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결국 아이들을 어른처럼 꾸미는 것도 더 눈에 띄는 광고나 콘텐츠를 원하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실”이라며 “기획사에서야 장기적인 이미지 관리를 위해 오히려 과하게 성숙한 면만 강조하지 않도록 선을 정하지만, 광고주 또는 아동 모델 본인이 더 적극적일 때도 많아 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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