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공 관료계에는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모두 심각한 문제가 만연해 있다. 고위층의 사분오열, 중간 계층의 직무유기, 하위 계층의 심각한 부패 및 형식주의 등이 그것이다.(Getty Images) |
최근 중국 정부의 관료계 전반에 만연해 있는 태업과 직무유기 현상은 더는 비밀이 아니다. 고위층은 사분오열돼 있고, 중간 계층은 무사안일주의에 젖어 있고, 하위층은 부패와 형식주의에 빠져 있다.
G20 트럼프-시진핑 회담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은 무역 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그러나 미중 어느 쪽도 단기간 내에 무역 합의에 이르리라고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
내우외환에 빠진 중국 정부 관료계에 종말이 머지않은 듯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중공 최고위층의 사분오열
한 보도에 따르면 최근 왕치산, 리커창파를 위시한 경제 관료들이 실권하고 왕후닝(王滬寧), 한정(韓正)을 필두로 한 장쩌민파 관료들이 중난하이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는 ‘한정과 왕후닝이 반(反)시진핑 세력의 주장(主将)이며, 그들이 미중 무역전쟁 국면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월 1일 자 보도에서 관련자들의 말을 인용해 “5월 13일 중국 당국의 고위 지도자 20여 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한정 국무원 부총리가 당시 입안 중이던 미중 협의안을 비난했다”고 밝혔다. 이들 관련자에 따르면 한정을 비롯한 중국 당국의 고위 지도자들은 미국이 양보하지 않은 특정 사항, 즉 미국은 중국이 변화를 약속하더라도 관세 부과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특히 불만을 나타냈다.
마찬가지로 7월 1일,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은 중난하이 즈광거(紫光閣)에서 에브라르드(Marcelo Ebrard) 멕시코 외교장관을 접견했다. 접견 중 그는 “한 번 보면 초면이요, 두 번 보면 구면이라는 말처럼 두 번째 만났으니 잘 아는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못 본 13년간 장관님은 성숙해졌고 나는 늙었고, 장관님은 외교를 하게 됐고 나는 시 주석을 위해 의전성 외교를 맡아보게 됐다”고 자탄했다.
왕치산의 이러한 고백은 중난하이 최고위층 간에 분열이 존재함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6월 7일 ‘투항론자는 큰길을 건너는 쥐(過街老鼠)처럼 때려잡아야 한다’는 제하의 평론을 실었다. 또 6월 26일에는 ’수류탄을 등 뒤로 던지는 자들을 경계한다’는 평론을 통해 “(어떤 이들은) 일부 미국인의 사나운 기세를 보고 바로 기가 죽는다”고 지적하면서 그들을 향해 “적을 기쁘게 하고 우리 편에 손해를 끼치는 일을 하지 말고 얼른 손을 떼라”고 경고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관영언론이 겨냥하는 대상은 온라인상의 몇몇 유력 인사에 그치지 않고 지도층의 ‘투항론자’들까지 포함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국 상무위원들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이 개시된 이래 미중 관계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자는 시진핑, 왕양(汪洋)을 제외하면 리커창, 리잔수(栗戰書), 왕치산 세 사람뿐이다. 이 중 리커창과 왕치산의 입장이 비교적 온건한 편이고, 리잔수의 발언은 비교적 강경했다.
중공 관료계 중간 계층의 ‘직무유기’ 사례
중국 정부의 관료계 가운데 중간 계층 관료들은 인원수가 무척 많은데, 이들은 일반적으로 고위층이 결정한 정책을 해석, 집행하는 역할을 한다.
올해 2월 16일, 중국 공산당 중앙은행 연구국 국장 쉬중(徐忠)은 ‘중국 경제 50인 포럼’ 2019년 연례회의 석상에서 “당국이 내놓는 정책 문건들이 개혁의 난관이나 해결이 필요한 구체적인 실제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그 이유를 “정책 문건 초고 작성 과정에서 각 부처 간의 이해관계 충돌로 의견 대립이 있는 문제를 문건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서 그는 “그러나 이처럼 의견 대립이 있는 문제들이야말로 개혁 과정에서 정말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중요 문제 및 난관들”이라고 했다.
쉬중의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문건 입안에 관한 내용이지만, 실제로는 중국 정부 관료계 중간 계층의 직무유기 문제를 폭로하고 있다.
리커창은 지난 2015년 ‘처장치국(處長治國: 처장급이 나라를 다스림)’을 신랄히 비판한 바 있다. 그는 국무원에서 통과시킨 정책들이 처장들에게 ‘심사’당하는 통에 실제 집행이 하염없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도 이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부패한 중공 관료계 하위층
오늘날 중국 공산당 조직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완전히 부패한 상태다. 특히 기층(基層)은 이미 부패 분자들이 권력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소굴로 전락했다.
중국 정부의 최근 ‘소악제악(掃黑除惡: 사회악 척결)’ 운동 과정에서 지방 관료 다수가 흑사회(黑社會, 중국 내 존재하는 뒷세계 총칭)와 결탁한 혐의로 실각했다. 이들 중에는 지방 당위원회 서기, 정법위원회 서기, 그리고 공안국장(청장) 등이 포함돼 있다.
6월 30일 하루만 해도 중앙정부는 주후이(朱輝) 전(前) 하얼빈시 후란구(呼蘭區) 구위원회 서기의 실각 사실을 공표했는데, 그는 흑사회 관련 조직에서 ‘뒤를 봐주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보다 앞선 6월 중순에는 하얼빈시 후란구 내에서만 9일간 12명에 달하는 관료가 마찬가지 이유로 실각했다.
최근 조사를 통해 드러난 후난성 헝양(衡陽), 쓰촨성 난충(南充) 및 랴오닝의 뇌물 선거 사건은 모두 중국 정부 조직 내 인사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보여준다.
대륙 사회과학원의 한 표본추출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촌 촌위원회 가운데 45% 이상이 사회악 세력에 힘입어 당선됐다.
올해 2월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는 기관지 ‘중국기검감찰보(中國紀檢監察報)’의 보도에 따르면 푸젠성 푸톈시 리청구(荔城區) 신두진(新度鎮) 샨샹촌(善鄕村)의 당 지부 서기는 ‘다수의 반대를 뿌리치고’ 수감 전과가 있는 폭력배에게 예비 당원 자격을 부여했다.
해당 기사는 법규를 어기고도 당원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인정했다.
상급기관에 형식적으로 대응하는 중국 공산당 기층 관료들
중국 공산당 ‘양회’가 한창 개최 중이던 2019년 3월 5일,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정부공작보고에서 “감사 및 심사가 너무 많고 너무 잦다. 실제 효과보다는 이런 생색내기성 감사 때문에 기층의 부담이 가중된다”고 감사 체계를 비난했다.
중앙판공실은 3월 11일 시진핑이 지시한 ‘기층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현저한 형식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관한 통지’를 하달해 2019년을 ‘기층의 부담을 경감하는 한 해’로 삼을 것임을 명확히했다.
한 해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앙기율위원회가 시행하는 순시 제도와 국무원이 시행하는 감사 제도는 집행 과정에서 성급(省級), 지급(地級), 현급(縣級)에 이르면 중국 공산당의 관료주의 및 형식주의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중국 정부의 관료 체계하에서 순시 및 감사란 결코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층 기관 및 간부의 재난을 의미할 뿐이다. 기층 간부들은 각급 상위 기관의 형식적인 순시와 감사에 대응하는 데만도 힘에 부친다고 아우성이다.
중앙 보도 역시 이러한 문제들이 중국 공산당 정권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관료들의 사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시인했다. 관영 위챗 공식계정 ‘협객도(俠客島)’ 역시 ‘기층 관료 입장에서는 지도부가 그들 관점에서 ‘기층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나서게 되면, 그 말이 나오는 즉시 하위 기관의 부담이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악순환이 형성된다’고 인정했다.
2019년 중국 공산당 양회 이후로 ‘사회악 철폐 감독지도팀’뿐만 아니라 중앙 순시팀, 국무원 감사팀과 관련된 보도들의 논조가 온건해지기 시작했다.
주룽지(朱鎔基) 전(前) 중공 총리의 비서 리젠거(李劍閣)는 6월 15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강연하던 중 중국 정부 관료들의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다며, 직무유기를 기본 상태로 삼고 있다고 폭로했다.
시사평론가 리린이(李林一)에 따르면 중앙정부가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은 ‘중국 공산당 그 자체야말로 진정으로 발전을 저해하고 관료들의 직무유기를 유발하는 원인’이라는 점이다. 중국 공산당 정권이 무너지리라는 점은 사회와 접촉이 잦아 형세를 잘 파악하는 중하층 관료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의 대화 속에 공산당 욕이 빠지지 않는 분위기에서 열심히 일하려는 관료는 아무도 없다. 그저 대충 일을 처리해 빠져나갈 길을 남겨두려 할 뿐이다.
관료들이 중국 공산당의 위기를 좌시하고 있다
6월 25일, 시진핑이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9회 전국 공무원 표창회에 참석했다. 이는 특별한 경우로, 일반적으로 이 공무원 표창대회는 국무원 총리가 참석하는 것이 관례였다.
시진핑이 이런 소규모 회의에 참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최근 중국 정부 관료계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갖가지 태업 현상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
‘중국기검감찰잡지’는 올해 1월 22일 자 기사에서 중국 정부 관료계의 폐단을 열거하며 ‘일을 지지부진 미루는 현상’을 거론했다. 이는 중국 정부 관료들의 암묵적인 규칙 가운데 하나로, 민간에서 아무리 여론이 들끓는 문제라 하더라도 관료들은 ‘이 문제는 무척 복잡하다’는 한마디로 어영부영 넘겨버리기 일쑤다. 당국에서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관료들은 ‘완성도가 떨어진다’ ‘말이 안 된다’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집행하지 않는다.
시진핑은 2월 22일 중국 공산당 정치국 학습회의 석상에서, 중국 정부는 여러 측면에서 중대한 리스크에 직면해 있으며, 곤경을 맞이할 준비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만일 차질을 빚어 리스크가 진정한 위협으로 발전할 경우에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미 정치‧경제학자 청샤오눙(程曉農)에 따르면 이러한 발언의 함의는, 관료들은 마치 자신들이 이 정권 바깥에 있는 듯, 리스크가 위협으로 발전하든 말든 좌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샤오눙은 중국 공산당 고위층의 입장에서는 관료들의 이러한 새로운 ‘행위 모델’이 정치적 리스크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그 리스크는 그들의 경제 회생 의지를 실현되기 어렵게 만드는 데 그치지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더욱더 중요한 것은 관료계의 이러한 새로운 ‘행위 모델’이 관료들이 ‘다른 마음’을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