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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살아서 나를 믿는자는 영원히죽지아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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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베트남.소식

[스크랩] 베트남에 살아보니 28

샤론의 수선화 2018. 12. 3. 20:27

  건기와 우기 두 계절만 있는 베트남의 건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창문을 열어놓고 잠자면 시원한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살기에 딱 좋은 계절이 되었습니다.
  우리 아파트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정전이 되고 가끔씩 인터넷도 먹통이 됩니다. 오늘도 작업을 하다가 인터넷이 끊겨서 이렇게 딴 짓을 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 주택은 동서남북의 방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처럼 햇볕 잘 드는 남향집을 찾지 않습니다. 뜨거운 햇볕은 안 들수록 좋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파트는 호텔처럼 겹으로 지었습니다.


 


  현관문을 활짝 열어놓고 앞집과 서로 마주보며 삽니다. 개 짓는 소리, 아이들 울고 떠드는 소리, 크게 켜 놓은 TV 소리, 가끔씩 노래방처럼 고래고래 부르는 노랫소리, 뿐만 아니라 우리 위층에서는 아이들이 잠들기까지 놀이터가 됩니다.
  한국 같았으면 민원이 끊이지 않을 텐데 모두들 그러려니 하며 삽니다. 나도 체력이 감당이 안 되어 우리부부 보약을 달이느라 온종일 탄약냄새를 풍기는데도 한국 노인네들이 약을 달이나보다 하며 아무도 개의치 않습니다. 비록 타국이지만 참 마음 편하게 삽니다.  
 
  라오스에 갔다가 동갑내기 4명을 만났습니다. 그 중 한 할머니가 하도 몸이 안 좋다기에 호찌민으로 보약을 지으러 오라고 했습니다. 내가 차이나타운에서 약을 지어 먹어보니 효과가 좋아서 약도 짓고 한 이틀 쉬어가라고 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외손주 삼남매를 키우느라 골몰에 빠져있습니다. 한국의 모대학 의대교수인 딸은 유치원생들인 아이들을 라오스로 유학을 보냈습니다.
  공기 맑고 심성 곱고 산천이 깨끗한 라오스의 국제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영어까지 3개 국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며 밝게 자라고 있습니다. 
  한 할머니는 영감님이 전 재산을 털어 라오스에다가 원룸을 지었습니다. 방이 30개인데 빈방이 거의 없습니다. 그 할머니는 식모 4명을 데리고 원룸을 운영하고 영감님은 매일 골프채를 들고 나갑니다.
  또 한 할머니는 교사출신인 영감님을 따라 5년 전에 왔습니다. 원룸에 살면서 매일 헬스장에 다니고 하이킹 나가고 교민들과 베드민턴 치면서 젊게 살고 있습니다. 신체나이는 40대입니다.
  마지막 동갑내기 하나는 한국 식당 하느라 얼굴도 못 봅니다. 관광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이면 전 직원들이 뛰어다녀야합니다.
  그리고 나!




  지난달에는 라오스에서 동갑내기들과 찜질방에 갔습니다. 약초 냄새 풀풀 나는 토굴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이런 야외에서 차도 마시고 커피가루를 섞은 우유로 마사지도 하며 한담을 나눕니다.
  가끔씩 모기가 찾아오기도 하지만 공기가 워낙 깨끗하니 말라리아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 동갑내기들과 마지막 노후를 보낼 작은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출처 : 통일한국 원로원
글쓴이 : 무궁화33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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