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할머니에게 한글을 가르쳐드려야겠다. 나에게 동화책을 읽어주시게.’
오래전에 읽었던 어느 유치원 꼬마가 쓴 일기가 생각납니다.
나도 그 꼬마처럼 늘 만나게 되는 내 주위의 베트남인들에게 한국말을 열심히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모, 나 아이 가지러가요.’
솜이 엄마가 놀이방에 아이를 데리러 가나봅니다.
나와 매일 만나는 이들은 이제 한국말이 꽤 늘어서, 아는 문장 몇 개로 돌려막기를 하며 나와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이모 나 밤 생각해요. 나 요리장 했어요. 닭 만들어요. 아이들 좋아해요. 우리 아파트 아이들 많아요. 이모 같이해요.”
영어를 잘 하는 솜이 엄마가 주방장을 한 적도 있나봅니다. 닭튀김 장사를 하고 싶다며 같이 하자고 합니다. 김치를 만들어 가게에 가져갔더니 내가 요리를 꽤 잘하는 줄 아는 것 같습니다.
“나 프라이치킨 할 줄 몰라. 돈은 내가 대줄테니 요리는 솜이 엄마가 해. 오케이?”
이렇게 해서 우리 집에서 닭튀김을 만들게도 되었습니다.
나는 처음으로 받아본 한글반 수강료를 솜이 엄마에게 주었습니다.
“이모와 남편 우리 사무실에 오세요. 우리 팀 이 과일 먹어요.”
어제 오후, 이사장 통역인 냐안이 먹음직한 멜론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왔습니다.
나는 남편과 함께 중장비 부품공장을 하는 이사장 사무실로 갔습니다. 이사장은 한국에 갔다가 막 돌아와서 세 명의 여직원과 함께 사무실을 세팅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조금 있으니 낯선 손님들이 멜론을 들고 들어옵니다. 농대교수인 농장주와 관리인, 북경대학출신인 메니저라고 냐안이 소개를 합니다. 일본에서 들여온 멜론 종자로 재배에 성공을 한 후, 첫 수확을 가지고 한국인의 반응을 보러 왔나봅니다.
나는 베트남에 와서 처음 먹어보는 멜론을 정신없이 먹다가 가격을 물어보니 아직 값을 정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아마 한국에도 수출을 하기 원해 냐안이 우리를 불러들인 것 같습니다.
나는 훼사장이 보통내기가 아닌 줄 알고 있었지만 사진을 미끼로 우리를 불러 낸 냐안은 한 수가 더 높습니다. 베트남의 30대가 무섭습니다. 머리가 팽팽 돌아갑니다.
한국어가 서툰 냐안의 통역이 미진하여 북경대 출신인 메니저의 중국어 도움을 받습니다. 영어 단어를 끼워 넣기도 하고 한국인끼리 한국말, 그들끼리 베트남어 이렇게 4개 국어를 공중에 띄워놓고 필요한 단어를 조합한 결과 이렇게 이해를 해봅니다.
‘호찌민에서 100Km 떨어진 곳에 1천ha의 땅을 가지고 있는데 일본의 멜론 재배에 성공을 했다. 한국에 판로가 좀 있겠느냐?’
농대 교수님이 1천ha라는 어마어마한 땅을 핸들링 한다면 아마 정부의 농림부 같은 곳과 조인된 것 같아서 질문을 했습니다.
“나는 한국에서 가로수와, 정원수 같은 경제수 묘목을 하고 있는 분을 알고 있다. 우리는 땅을 알아보러 라오스로 가려고 했는데 조건만 좋다면 호찌민도 괜찮을 것 같다.”
“땅을 얼마나 주면 되겠느냐?”
“일단 우리가 답사를 가 본 후 한국에 연락을 취해 보겠다.”
이렇게 해서 우리부부는 중순 쯤 답사를 가 보기로 했습니다.
돌아와서 숙성 시키고 있는 김치를 한 통 담아 기사 편으로 이사장에게 보냈습니다.
훼사장의 사촌인 얀이 가게를 맡고, 솜이 외삼촌이 이사장 기사가 되고, 솜이 엄마는 음식파트를 맡고, 이렇게 점차 진용이 짜지며 한-베 소사이어티가 형성 돼가고 있습니다.
내가 베풀고 포용하는 만큼 내 지경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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