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7세 소년 카지, 현재 구독자 2150만명 / 2018년 한 해 동안 무려 260억 이상 벌어들여 / 우리나라 ‘보람튜브’ 95억 건물 매입 화제 / 게임하며 돈·명예 획득… 어린이 사로잡아 / 놀이·노동 경계 불명확해 아동학대 논란 / 제작·보호자 같은 구조… 법의 사각지대에 / 아이 수익도 투명하게 관리하기 힘들어 / 美매체 “유튜버, 정신건강 저해 최악 직업”
유튜버’ 전 세계 어린이 장래희망 1위… ‘키즈 유튜버’ 빛과 어둠 [세계는 지금] 사진=유튜브 채널 ‘보람튜브’
◆명실상부한 장래희망 1위 ‘유튜버’
이런 날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 전 세계 어린이들의 장래희망 1위로 ‘유튜버’가 꼽히는 시대다. 지난 7월 미국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Harris Poll)이 레고(Lego)와 함께 미국, 영국, 중국의 8∼12세 어린이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과 영국 어린이 약 30%가 유튜버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많은 어린이들의 꿈이었던 우주인은 양국 모두 11%로 뚝 떨어졌다. 영국 여행사 퍼스트초이스의 조사에서도 6∼17세 응답자 34%가 유튜버를 장래희망으로 선택했다고 지난달 말 BBC가 보도했다. 이 조사에서는 응답자 약 20%가 블로거나 브이로거(비디오 블로그 제작자)를 꿈꾼다고 답해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을 얻고 싶어 하는 세대의 특징을 잘 드러냈다.
이들은 어린 나이에 돈과 명성을 단숨에 얻을 수 있는 ‘유튜브 스타’를 선망한다. 지난해 유튜브 수익 1위를 기록한 것은 7세 소년이었다. 장난감 리뷰 채널을 운영하는 미국 유튜버 라이언 카지는 16일 현재 구독자 2150만명을 거느린 성공한 키즈 유튜버의 대명사로, 2018년 한 해 동안 무려 2200만달러(260억6000만원)를 벌어들였다. 카지는 10살도 안 된 백만장자로 여러 언론에 소개됐다. 실제로 아이들이 등장하는 유튜브 영상은 한번 본 영상을 반복적으로 소비하는 어린이 시청자의 특성 등에 의해 조회수가 3배 이상 높게 나오는 등 수익 극대화와 직결돼 있다.
◆유튜버 꿈꾸는 아이들의 진짜 속내
하지만 이런 경제적 측면에 혹하는 것은 역시 어른의 시선일지 모른다. 온라인매체 바이스는 지난 1월 ‘어린이들이 유튜버가 되고 싶은 진짜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언론은 아이들이 돈과 명예를 좇아 유튜버가 되려 한다고 속단하지만 키즈 유튜버들의 실제 동기는 이와는 조금 다르다”고 전했다. 바이스와 인터뷰한 스펜서 파커(8)는 유튜버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으냐는 질문에 “하루 종일 게임을 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지난해 유튜브 수익 톱5 채널은 유튜버 자신이 게임하는 영상을 올린 것이었고, 이는 곧 수많은 어린이들의 새로운 꿈이 됐다.
즉 좋아하는 게임을 마음껏 하면서 구독자도 얻고, 돈과 명예도 따라오는 길이 유튜버라는 점이 전 세계 아이들을 사로잡은 셈이다. 어른의 관점이 ‘단시간에 쌓아올리는 부와 명성’에 주목한다면 아이들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데에 방점을 찍는다. 어느 쪽에 주목하든 성공한 키즈 유튜버의 세계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부모 아이 할 것 없이 각광받는 미래 직업이 된 것으로 보인다.
◆부작용에도 주목해야… 아동학대, 수익착취 우려↑
하지만 키즈 유튜버 시장이 급성장하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직 가이드라인이 정착하지 않은 단계라 비판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그동안 빛에만 주목하다가 그림자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놀이와 노동의 불명확한 경계, 그에 따른 아동학대 논란이다. 영상 속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키즈 유튜버라도 완벽한 자유의지를 발휘하기 힘든 미성년자일 뿐이다. 영상 밖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실제로 국내외에서 키즈 유튜버 학대 논란과 수익 착취 사례 등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키즈 채널 수익에 눈먼 미국의 엄마 유튜버 마셸 홉슨(48)은 지난 3월 아동 학대와 성추행, 불법 감금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홉슨은 자녀가 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얼굴에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물과 음식을 주지 않고 며칠씩 옷장에 가둔 혐의 등을 받았다. 영상 30여편에서 수백만건의 조회수를 올린 주역인 아이들은 영양실조와 저체중 상태로 발견돼 애리조나 아동보호국에 격리됐다.
채널이 커지면서 가족기업화되고 유튜버가 아이의 직업이자 일이 되는 상황은 복잡한 문제를 노출한다. 놀이에서 노동으로 무게중심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가운데 엄연히 ‘아동 노동자’의 지위로 키즈 유튜버를 보호하기란 쉽지 않다. 전통적인 노동 시장에서는 아동 착취 금지 규제가 존재하지만 키즈 채널은 제작자와 보호자가 같은 구조인 데다 키즈 유튜버가 대중문화예술인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라 여러모로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아이들이 벌어들인 수익 역시 가족기업이란 구조에서 투명하게 관리되기 힘든 측면이 있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는 법적 장치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 왕립정신과학회(RCP)는 일명 ‘키드플루언서’(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 있는 어린이)를 극도의 스트레스와 피로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는 연방미디어청 청소년미디어보호위원회 통제 하에 1인 미디어 콘텐츠를 규제하고 있고, 유럽연합(EU)도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행동규약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은 키즈 유튜버가 벌어들인 수익 15%를 신탁회사 계좌로 관리해주는 ‘쿠건법’을 만들었다. 6세에 찰리 채플린의 영화 ‘키드’에 출연했다가 400만달러를 번 재키 쿠건이 자신의 수입을 부모가 탕진했다며 제기한 소송에 기인해 생겨난 법이다.
◆유튜버는 ‘정신건강’ 해치는 최악의 직업?
유튜버로 성공하기도 쉽지 않지만 잘돼서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인다 해도 다가 아니다. 미국의 경제매체 INC닷컴은 “어린이 3명 중 1명이 지구상에서 가장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직업인 유튜버에 환상을 갖고 있다”며 우려를 전했다. 현실적으로 보면 드러나지 않은 힘든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영상 노출도를 결정하는 구글 알고리즘과 팬층의 마음에 들도록 노력해야 하고, 끊임없이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제작해야만 눈에 띈다. 그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유튜버는 가디언에 “인간의 뇌는 매일 수백명의 사람들과 소통하도록 디자인되지 않았다”며 유튜버는 익명의 시청자들이 남기는 수많은 댓글과 비판으로부터 굉장한 압박을 받게 된다고 꼬집었다.
100만명 넘는 구독자를 가진 10대 유튜버 엘리 밀스는 지난해 “19살에 번아웃이 왔다”, “내 인생은 너무 빨리 변했다”등의 제목으로 영상을 올렸다. 그는 “걱정과 우울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며 “모두 내가 원해서 한 일이었는데 지금 나는 왜 이렇게 불행한지 모르겠다. 정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작가 주디 케틀러도 아이들이 전 세계 사람들과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려는 욕구에 대해 “혼돈의 세계이자 미지의 영역”이라고 밝혔다. ‘백만장자 유튜브 스타를 꿈꾸는 아이들, 그 명성은 얼마나 가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그는 “성공한 유튜버라 할지라도 때로 롤러코스터 타듯 부침을 겪는다”고 전했다.
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미성년 유튜버 태너 브라운가트의 엄마 킴은 유튜브가 어떻게 가족 전 구성원에 영향을 끼치는지 알려주는 팟캐스트 ‘엄마, 유튜버가 되고 싶어요’를 개설했다. 킴에 따르면 2016년 1월 유튜브를 시작한 브라운가트는 하루 8∼10시간씩 투자해 그해 9월 100만 구독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기쁨은 짧았다. 계정을 해킹당해 수개월간 수익을 얻지 못하거나 갑작스러운 구글 알고리즘 변화로 조회수가 급감하는 등 변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엄청난 스트레스는 모든 것을 바꿔놓으며, 이를 끊임없이 감내해야만 유튜브 스타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킴은 지적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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