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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샤론의 수선화 2019. 3. 2. 07:48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국민일보 신문에는 ‘에디슨은 틀렸다’라는 칼럼이 실렸다. 칼럼 첫머리를 장식한 건 침대 광고에 등장한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의 연설. “잠은 인생의 사치입니다. 저는 하루 4시간만 자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숙면을 취할 때 말이죠.”

칼럼은 에디슨의 이런 주장을 반박한 글이었다. “잠 안 자고 달려온 인류를 향해 최근 과학자들이 신랄한 비판과 경고를 보내기 시작했다” “현재의 수면 부족 문제는 50년 전 담배의 상황과 똑같다” “몇 십년 뒤 ‘수면 소송’에 나서는 상황이 오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잠자기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듯싶다”…. 그런데 수면 소송이라니,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을까.

상당수 독자는 필자의 노파심이 지나치다고 깎아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읽으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수면 부족은 건강에 가해지는 치명타다.

“수면은 건강을 위한 스위스 만능 칼”
먼저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당신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암에 걸려 죽는 거다. 2017년 통계를 살피면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었다.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폐렴이 각각 2~4위를 차지했는데, 이들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을 합쳐도 1위인 암으로 세상을 뜬 사람의 숫자엔 미치지 못했다. 즉, 당신은 암으로 세상을 뜰 확률이 가장 높다.

그렇다면 암에 걸리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건 면역계다. 면역계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면역계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인체에 자리 잡은 특공대인 ‘자연 살해 세포’다. 이 세포는 암세포 표면에 구멍을 뚫어 단백질을 집어넣는 방법을 통해 암세포를 일망타진한다.

하지만 잠을 적게 자면 자연 살해 세포에 문제가 생긴다. 건강한 성인 남성을 상대로 실험을 진행하니 4시간만 잔 사람은 8시간 숙면한 사람에 비해 자연 살해 세포가 70%나 적었다. 비슷한 결과가 나온 조사는 한두 개가 아니다. 유럽에서는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수면과 암의 연관 관계를 따지는 조사가 진행됐는데, 매일 6시간도 못 자는 사람은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는 사람에 비해 암 발병 확률이 40%나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암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알츠하이머 당뇨병 뇌졸중 우울증…. 이들 질병도 수면 부족과 강한 연관성을 띠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잠의 가치를 실감하지 못한다. 몇몇 선진국의 경우 성인 남성의 3분의 2가 하룻밤 권장 수면 시간(8시간)을 채우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불면이 미덕처럼 여겨질 때도 많다. 사람들은 일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 이들을 얼마간 우러러보곤 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런 가정을 해볼 수 있다. 수면이 만약 쓸모없는 행위라면, 잠이라는 걸 허투루 여겨도 되는 거라면 수면은 진화의 과정에서 진작 사라졌어야 했다. 진화의 메커니즘은 불필요한 것들을 솎아내는 법이니까. 저자는 잠잘 때보다 각성 상태일 때 인체에 피해가 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런 주장까지 내놓는다.

“진정한 진화적 수수께끼는 잠이 아니라 각성 상태다. …지구 생명의 최초 상태는 잠이었고, 잠에서 각성 상태가 출현했다는 것이다. 진지하게 받아들이거나 탐구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그 가설이 완전히 터무니없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듯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에는 수면의 가치를 전하는 내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저자에 따르면 수면 부족은 “느린 형태의 자기 안락사”다. 책을 펴낸 매슈 워커(46)는 영국의 신경 과학자로 ‘수면 외교관’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수면 의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그는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다면 그 어떤 식단 조절이나 운동도 별무소용일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는 “하룻밤 잠을 설쳤을 때 몸과 마음에 생기는 이상들에 비하면, 음식이나 운동을 하루 걸렀을 때 생기는 문제들은 아무것도 아니다”며 “(수면은) 건강을 위한 스위스 만능 칼”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끝도 없이 수면 예찬을 늘어놓는데, 윌리엄 셰익스피어까지 끌어들인다. 셰익스피어야말로 잠의 가치를 알아차린 선각자였다는 거다. 예컨대 셰익스피어는 ‘맥베스’에 이렇게 적었다. “고통의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어주는 잠, 위대한 자연의 두 번째 과정, 인생의 향연의 자양분.” 그러면서 저자는 사람들이 수면 부족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나는 우리가 게으름이는 불리한 낙인이 찍히거나 난처한 표정을 짓는 일 없이, 밤잠을 푹 잘 권리를 되찾을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건강 과 활력을 주는 가장 강력한 묘약과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고 나면, 가장 심오하면서 충실한 존재감과 더불어 낮에 진정으로 깨어 있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를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신경 과학자 매슈 워커

만화경 같은 잠의 세계
수면의 필요성을 강조한 내용만 담긴 건 아니다. 이 책은 잠의 세계를 담아낸 거대한 세밀화다. 잠은 무엇이고, 왜 꿈을 꾸는 것이며, 수면 장애의 종류엔 어떤 것이 있는지 속속들이 전해준다. 비슷한 주제를 내건 책이 서점가에 많이 나와 있지만 이 정도 수준의 ‘수면 교과서’를 마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깊이와 넓이를 두루 갖춘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잠의 세계를 개괄한 내용을 살펴보자. 잠은 크게 비렘수면과 렘수면으로 나뉜다. 비렘수면은 잠을 잘 때 눈꺼풀 밑에서 눈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무의식 상태다. 렘수면은 눈이 움직이는, 쉽게 말하자면 꿈을 꾸는 ‘꿈수면’을 가리킨다.

잠을 잘 때 인간의 뇌는 비렘수면과 렘수면을 오간다. 수면 초기엔 비렘수면이 우세하지만, 새벽이면 렘수면이 주도권을 쥔다. 뇌는 이들 단계를 오가면서 전날 만들어진 기억의 덩어리를 매만진다. 필요한 기억을 ‘장기 기억 저장소’에 보내고 기억의 연결망을 짠다. 이런 과정을 종합하면 수면 부족은 곧 기억력 감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실제로 야간 근무에 시달리는 노동자나 항공기 승무원의 경우 단기 기억 장애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도 수면 덕분이다. 나무 위에서 잠을 청하는 다른 영장류와 달리 인간은 땅 위에서 잠을 잔다. 땅에서 잠을 자면서 꿈을 꾸는 렘수면의 시간이 늘었고, 뇌의 복잡성과 연결성은 배가됐다. 저자는 “이 단서들로부터 나는 한 가지 원리를 제시하련다”면서 이렇게 적었다. “나무 위에서 땅에 맞는 형태로 잠이 재편된 것이 호모 사피엔스를 진화의 높이 솟은 피라미드 꼭대기로 쏘아 올린 방아쇠라는 것이다. …렘수면 꿈꾸기는 우리를 경이로울 만치 빠르게 진화적으로 부상시키는 데 기여한 새로운 요인이다.”

저자는 서문에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고 적어두었다. 하지만 웬만하면 목차에 따라 야금야금 읽어나가는 게 좋을 것이다. 그래야 나선형 계단을 밟고 잠의 고지를 향해 올라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이런 책이 지니는 단점도 없지 않다. 상당수 독자는 ‘수면 강박’에 시달릴 수 있다. 설득력 있는 필치로 잠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 가없이 이어진 만큼 잠을 충분히 못 잔 날이면 건강을 걱정하며 안절부절못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