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 어떤 존재냐고?…그냥 식구야, 식구!”
방송인 이홍렬이 기록한 ‘반려묘의 일생’
커버스토리]반려동물과 사별한다는 것 “반려동물이 어떤 존재냐고?…그냥 식구야, 식구!” 방송인 이홍렬이 기록한 ‘반려묘의 일생’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6월24일 첫 회를 내보낸 한 개그맨 겸 방송인의 유튜브 채널이 잔잔한 화제를 몰고 왔다. 화면에는 잿빛고양이 한 마리가 등장한다. CF나 TV에서 보는 발랄한 아기고양이가 아니다. 한쪽 눈은 살짝 찌그러졌고 색 바랜 털은 푸석하다. 반려묘를 키우지 않더라도 한눈에 알아볼 ‘늙은’ 고양이의 속엣말이 자막으로 펼쳐진다.
“나는 고양이입니다. 나는 지금 나이도 많고 많이 아픕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집 집사 양반은 많이 불안한 모양입니다. 출장이라도 길어질라치면 자기가 없는 동안에는 죽지 말라고 말합니다.”
이윽고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풀벌(사진), 나 갔다 올 동안에 죽지 마! 알았지?” ‘뺑코’라는 닉네임으로 친숙한 개그맨 겸 방송인 이홍렬씨의 반려묘 풀벌의 이야기다. 풀벌은 집사의 당부를 들어줬다. 한 달 보름 전 풀벌은 집사의 품에서 숨을 거뒀다.
나이 든 반려동물 다섯 마리를 먼저 보낸 작사가 지명길씨는 “얼른 그 자리에 고양이든, 강아지든 키우라”라고 조언했다.
탯줄부터 수목장까지 일생 함께
기러기아빠 외로움 나눈 동반자
함께한 시간 사진·영상 정리해
유튜브 연재하며 추억 되새겨
지금도 문득 ‘야옹’ 소리 들려
‘펫 로스’ 회복에 꽤 오랜시간
길지 않은 인생, 잘 살아야겠다
동물의 일생 통해 인생 돌아봐
“집사람과 전 당분간은…. 오히려 그 아이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어요. 그래서 풀벌의 추억을 풀어나가기 위해서 유튜브를 준비했어요. 풀벌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거 같더라고요.”
풀벌은 떠났지만, 8월13일 현재 11회차 영상 속 풀벌은 아직 한 살배기 ‘하룻고양이’다. 풀벌의 독백 혹은 폭로(?)는 계속될 예정이다. 초보 유튜버라 2~3분짜리 영상을 완성하는 데 족히 5~6시간은 걸린다. 2001년 풀벌이 태어난 날의 풍경에 당시 출연 중이던 시트콤 <웬만하면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영상을 넣는 등 ‘작품성’에도 꽤 공을 들이기 때문이다(매회 한결같은 정감 어린 배경 음악은 <이홍렬의 즐거운 인생> 앨범에 담긴 ‘어머니’라는 곡이다). 잘나가는 유튜버들의 영상에 비하면 서툴고 투박하기 이를 데 없지만 업로드만은 꾸준하다. 프로 방송인의 몸에 밴 근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풀벌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 탓이 더 크다. “저렇게 멀쩡한 놈이 뭔 일 있겠어? 풀벌이 죽는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얘는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 시간 휙 지나간 거예요. 어느 날 아프기 시작한 거죠. 방송 빨리 시작할걸. 내가 게으름을 피웠구나.”
풀벌의 몸에서 흰 털을 발견하면서 더 이상 아기 고양이가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이별의 시간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풀벌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추억하는 과정은 이씨에게 반려동물을 기리는 차원을 넘은, 삶의 소중함을 재발견하게 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그는 한 고양이의 일생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어리고 예쁜 시기가 있는가하면, 아프고 힘든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 양쪽 모두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반려동물 상실의 충격으로 현실 부적응 상태를 겪거나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받는 ‘펫 로스 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인생의 5분의 1을 평생으로 사는 반려동물의 노화와 죽음을 지켜보는 건 반려인이 기꺼이 감수해야 할 숙명이다. 그렇게 반려동물은 살아서는 무한 애정과 신뢰를 주고, 죽어서는 실존적 성찰의 기회를 준다. 최근 서울 정동에서 이홍렬씨를 만나 풀벌과의 만남과 이별에 대해 들었다.
플러피는 새벽녘 진통을 시작했다. 안절부절못하는 1년차 초보 집사 이씨와 달리 엄마는 의연했다. 첫 출산임에도 본능적으로 탯줄을 이빨로 끊어내고 태반을 먹어치웠다. 세 마리 중 유일한 수놈의 탯줄은 그가 실로 잘랐다. 똑같이 생긴 러시안블루종 아기고양이 중에 유독 그 녀석이 이씨에게 엉겼다. “너는 내가 키운다.” 꼬리 끝 털을 조금 잘라 표시를 해두었다. 여동생들과 엄마 플러피는 차례로 탤런트 전광렬씨의 집에 입양됐다. 꼬리가 짧은 녀석은 집사의 둘째아들로부터 털 뭉치(furball)라는 뜻의 풀벌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2001년 12월16일 세상에 왔을 때 처음 안겼던 그 인간의 품에서 풀벌은 세상을 떠났다. 지난 7월5일이었다.
“기러기아빠 생활을 하던 때였어요. 적적해서 개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오피스텔 작은 방에서 키우기가 힘들겠더라고요. 물론 고양이도 혼자 두면 외롭긴 하지만 그래도 개보다는 잘 견디니까요.”
가족들이 돌아오기까지 2년여 동안 풀벌은 이씨의 하나뿐인 동거가족이었다. 고양이는 배변활동도 알아서 잘하고 외로움도 잘 이긴다지만, 돌봄의 대상임은 분명했다. 까맣게 때가 끼지 않게 정기적으로 귀 청소를 해주고, 바닥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발바닥 털도 잘라줘야 했다. 풀벌은 참 순했다. 목욕 한번 시키려면 마취를 해야 하는 고양이도 있다는데, 풀벌은 누가 목욕을 시키든 잠자코 몸을 맡겼다. 억지로 나쁜 기억을 지우려는 게 아니라, 곰곰 생각해도 풀벌 ‘묘생’에 말썽이란 없었다. 그저 ‘맛동산’처럼 튼실하고 건강한 똥만 싸도 예뻤다.
“위안이 많이 됐지요. 집에 와서 아무 말 안 하고 있으면 저한테 와서 꾹꾹이(고양이가 앞발을 내고 누르는 행동)를 했어요. 원래 그게 어미젖 잘 나오라고 하는 본능적인 행동이잖아요? 근데 우리 입장에서는 시원하니까 ‘인마, 안마 좀 잘해!’라고 하고(웃음).”
10살이 넘으면서 징징거리긴 했다. 조용히 하라고 풀벌을 야단칠 수 있는 이는 그밖에 없었다. 이런 집사의 귀가를 맞는 것도 풀벌의 주요 업무였다. 몸져누운 와중에도 한결같았다. 집사는 현관문을 열며 “풀벌”부터 찾았고 풀벌은 느릿느릿 나갈지언정 그 의식을 거르는 법이 없었다. 달리 ‘개냥이’(개처럼 애교 많은 고양이)가 아니었다.
“사람도 그렇듯 갑자기 나빠졌어요. 올봄 들어 풀벌이 자꾸 눈물을 흘리는 거예요. 병원에 가보고 안약을 넣어줬는데도 자꾸 그래요. 입안이 붓기 시작하니까 병원에서 질병이 의심된다고 했어요.”
검사 결과 구강암이었다. 세 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수술을 통해 암이 퍼진 턱을 잘라내는 것,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것 그리고 약으로 병의 진행을 더디게 하는 것. 17살 풀벌은 사람으로 치면 팔순을 넘긴 할아버지였다. 암 절제술도, 방사선 치료도 쉽지 않았다. 자칫 마취를 했다가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집사와 가족들은 세 번째 안을 택했다.
암은 점점 자라 한쪽 눈을 밀고 올라왔다. 사료는커녕 물도 마시기 힘들었다. “아파서 죽기보다 굶어죽겠다”며 아내는 주사기로 물과 유동식을 먹였다. 한쪽 눈이 괴사되며 진물과 피가 흘러 연신 닦아줘야 했다. 진저리라도 한번 치면 사방에 고름이 튀었다. 집 안에는 악취가 진동했다. 가혹한 투병은 두 달을 넘기고 있었다. ‘기록대마왕’이라 불리는 이홍렬씨도 당시 사진은 차마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 수의사는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다”며 안락사를 에둘러 언급했다. “집사람은 절대 안된다고 했어요. ‘풀벌~’ 하고 부르면 돌아보는 아이를 어떻게 안락사시키느냐고 절대 안된다고, 버틸 때까지 버티자고.”
마음을 돌린 건 균형 감각 귀재인 고양이가 제 목을 가누지 못해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서다.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마지막을 돕기로 했다. 그 무렵 풀벌은 제 이름을 불러도 알아듣지 못했다. 어떻게든 붙들고 있으려 했지만 죽어가는 고통이 번연히 보였다. 가족들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풀벌은 이씨의 품에 안긴 채로 떠났다. 온전한 한쪽 눈은 집사를 향해 있었다. 안락사를 진행한 수의사는 “고작 주사액 서너 방울이 들어갔을 뿐인데 끝나더라”고 했다. 그만큼 풀벌은 약해져 있었다. 인터뷰 내내 이씨는 카페의 회색 쿠션을 풀벌인 양 꼬옥 안고 있었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이별이었다. 그는 좋은 수의사를 만난 덕이라고 했다. 수의사는 “한 달 전에만 왔어도 늦은 게 아니었다”고 말해줬다. 안락사라는 단어가 주는 불편함을 그나마 덜어준 건 수의사의 세심한 배려였다.
“볼 수 있겠어요?” 이씨는 스마트폰 사진 폴더를 열었다.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둘째아들이 보내온 베갯잇을 덮고 작은 상자에 누운 풀벌은 곤히 잠든 것 같았다. 곧 화장장으로 향할 풀벌이지만 병원에서는 정성껏 목욕을 시켜줬다. 마지막으로 만진 풀벌의 몸에서는 더 이상 몹쓸 냄새가 나지 않았다. 국화꽃으로 꾸민 제단, 화장장의 풍경, 수목장을 치른 나무까지, 그는 사진을 넘기며 덤덤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화장장에서 집사람이 오열을 했어요. 유골은 나무에 뿌렸어요. 그리고 잘 가라고, 다음에 만나자고 했지요.”
얼마 전 부부는 풀벌이 남긴 화장실용 모래와 케이크를 사들고 동물병원에 다녀왔다. 펫 로스(반려동물을 잃은 후 느끼는 감정)에 대한 회복이 빠른 것 아니냐고? 이씨는 고개를 젓는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했다. 지금도 문득문득 “야옹”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발밑으로 풀벌이 휙 지나다니는 것만 같다. 유튜브 영상의 첫 번째 시청자인 아내는 풀벌을 부르며 매회 어김없이 운다. 야단쳤던 것, 못해줬던 것만 떠오르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감당할 수 없으면 (반려동물을) 키우지 말아야 해요. 새끼 때만 보고 키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모습은 순식간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요. 폭풍성장은 개나 고양이를 두고 하는 말이에요. 반려동물 키우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하면 정말 후회할 일이 생깁니다.”
이씨는 1988년부터 매년 결혼기념일에 가족사진을 찍어왔다. 돈독했던 가족도 이제 각자 인생의 여정에 접어들었다. 부부는 오랫동안 살던 용산구를 떠나 경기도의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했다. 장성한 큰아들은 어릴 적 살던 동네 인근으로 독립했고, 음악을 전공하고 EDM DJ를 준비 중인 작은아들은 미국에 있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각자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면 영락없는 풀벌네 가족이다. 그는 “풀벌에게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동안 (풀벌에게) 그 얘기는 여러 번 했어요. ‘네 덕분에 행복했어,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요. 흔히 반려동물이 죽으면 무지개다리를 건넌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반려동물들이 무지개다리 입구에서 주인이 오기를 기다린대요. 우리도 곧 갈 거니까. 거기서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되더라고요.”
동물의 일생을 통해 사람의 일생을 본다고 했다. 불경스러운 단어인 양 입에 올리기조차 꺼리는 ‘죽음’을 자주 언급하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죽음과 맞닥뜨린 풀벌의 고통을 지켜본 그는 가족들에게 “내가 의식불명 상태가 오더라도 연명장치를 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처음엔 그 얘기가 꺼려졌지만 자꾸 하다 보니 익숙해지더라고 했다. “미리 해서 나쁜 건 없어요. 죽는 거 빼고.”
이씨는 일찌감치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실천해오고 있다. 나눔 봉사, 국토 순례, 부모님 묘지 이장 등의 리스트에는 이미 ‘달성 완료’ 표시가 되어 있다. 그는 부모님 유골을 분당의 한 납골당에 모시며 자신과 아내의 자리까지 미리 잡아두었다.
“처음엔 그 자리에 내 이름을 새기게 된다는 생각에 두렵고 무서웠는데, 자꾸 말해 버릇하니까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걸 아니까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분명해졌죠. 인생 길지가 않구나. 정말 잘 살아야겠다. 집사람과 절대 싸우지 말자. 그리고 사랑하자.”
마지막으로 그에게 풀벌은 어떤 존재였느냐고 물었다. 예의 새초롬한 ‘귀곡산장 주인 할머니’의 목소리로 그가 답했다. “어떤 존재나마나 그냥 식구지 뭐.”
기자에게는 늙은 강아지가 한 마리 있다. 2003년 5월생 말티즈 JD. 그해 여름 서해안 섬으로 떠난 여행에서 이 손바닥만한 흰털뭉치 녀석은 고 짧은 다리로 능란하게 개헤엄을 치며 범상치 않은 캐릭터임을 보여줬다. 낙산 해변, 봉평의 계곡, 김포의 유채꽃밭, 비둘기를 쫓던 한강둔치 등 도처에 녀석과의 추억이 있다. 고양이계에 사람 밝히는 ‘개냥이’가 있다면, 녀석은 무심한 ‘냥아지’에 가깝다. 놀아달라 보채기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길 좋아했다. 그러면서도 문득 온기가 느껴져 내려다보면 슬쩍 내 발치에 털덩어리 발을 척 맞대고 누워 있곤 했다. 산책과 치킨을 좋아하고 어린 아이들을 만만하게 보며 동네 개들을 만나면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인절미’가 될 정도로 즐겁게 뛰어놀던 녀석은 열 살이 넘자 점점 행동이 굼떠지더니 요즘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보낸다. “무지개다리에 갈 때가 됐네요.” 녀석의 얘기를 꺼내자마자, 세 명의 ‘전문가’들은 남의 일 같지 않다는 표정으로 온맘으로 따스한 조언을 들려줬다. 나이든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과 속 깊은 세 분의 이야기를 공유할까 한다.
“강아지가 아프기 시작할 때 상담할 사람이 필요해요. 강아지를 보낸 후유증이 너무 심하면 일상 리듬이 깨지니까 미리미리 준비해둬야 해요. 병원도 잘 알아봐두고, 보내야할 시점도 수의사와 상담하고요. 모든 동물병원이 다 그렇게 친절하지 않거든요. 마음 맞는 곳을 미리 찾아두는 게 중요해요. 또 보내는 시점에 대해 가족들의 의견이 분분할 거예요. 돈이 얼마가 들든 붙들고 싶어하죠, 가족이니까요. 하지만 15, 16살 먹으면 자칫 마취에서 못 깨어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럼 이별도 제대로 못해요. 난 풀벌에게 ‘네 덕분에 우리 가족이 모두 행복했어. 좋은 곳으로 가’라고 말하며 여러 번 이별했어요. 뭐 어때요? 그것도 못 하고 휙 가버리면 살아있는 사람이 더 힘들죠. 강아지 좋아하는 거 사주고 밝은 모습 보여주고 한번이라도 더 쓰다듬어줘요. 그 시점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요. 개는 20년을 못 사는데, 우리는 100년 인생이라고 하잖아요. 아픈 속도도 5배로 빨리 찾아온다니까요.” (이홍렬)
“반려동물이 나이 들고 아플수록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 해요. 반려동물은 수명이 짧으니, 사람 기준 1년이 그들에게는 7~8년 일 수 있거든요. 또 그 나이가 되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암이 있을 수 있어요. 그 상태에서도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의학적 조언을 구할 수 있겠죠. 사람도 나이들면 보조제를 먹잖아요. 아이에게도 보조제를 꾸준히 먹인다든지, 방법은 무궁무진해요. 정말 남아있는 기간이 길지 않다면, 그럼 그 기간 동안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세요. 물질적인 게 아니라, 반려동물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예요. 제가 추천하는 건 반려동물과 좋은 추억거리를 만드는 겁니다. 같이 사진을 찍는다든지. 여행을 간다든지. 나중에 후회나 아쉬움이 없도록이요.” (김현욱 해마루동물병원장)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강아지를 좋아하신 덕분에 서너 마리를 키웠어요. 그런데 남편은 좋아하지 않아서 아이들 키울 때까지는 참고 있었어요. 이후 아는 분께 말티즈를 분양 받아 14년을 길렀어요. 그런데 3년 전, 이사 가기 전날 녀석이 떠났어요. 노화로 심장이 안좋아지긴 했지만 너무 갑자기 가버린 거예요. 그런데 반려동물 기른 분들 중에 이런 경험이 있는 분이 많았어요. 개나 고양이가 영물이라 주인에게 피해주지 않기 위해서 주인에게 큰 일이 있을 때는 그전에 간다는 말이 있다면서요. 그 얘기 듣고 마음이 너무 찡해서 같이 울었어요. 그런데 슬픔이라는 게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아요. 사람이 슬픔을 느낄 때 자신의 내면에 대해 잘 들여다볼 수 있거든요. 하루하루에 충실하고 후회 없는 삶을 생각하는 성찰의 계기가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반려동물이 사람의 스승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지도요.” (이현서 상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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