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멕시코 국경 리우그란데 강을 건너다 익사한 엘살바도르 이민자 오스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와 딸 발레리아(왼쪽 사진). 부녀의 장례식이 1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고향 땅에서 치러졌다. 무덤 위에 꽃다발이 놓여 있다. [AP,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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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현지시간) 가난과 범죄를 피해 미국-멕시코 국경 리우그란데 강을 건너 미국으로 가려던 오스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와 딸 발레리아는 '희망의 땅'으로 가지 못하고 강물에 휩쓸려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미국-멕시코 국경 리우그란데 강을 건너다 익사한 엘살바도르 이민자 오스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와 딸 발레리아. 사진이 공개 되면서 전세계가 슬픔에 빠졌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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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두 팔로 꼭 껴안은 23개월 딸과 25살의 젊은 아빠의 시신 사진은 전 세계인의 가슴을 아프게 했고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들의 참상을 새롭게 일깨웠다.
미국-멕시코 국경 리우그란데 강을 건너다 익사한 엘살바도르 이민자 오스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와 딸 발레리아의 장례식이 1일(현지시간) 비공개로 고향인 산살바도르 라 베르메자 시립묘지에서 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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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운의 부녀 시신은 1일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 라 베르메자 시립묘지에 안장돼 마지막 안식에 들었다. 200여 명의 친척과 친구들이 장례식에 참석했다. 사람들은 검은 옷을 입고 꽃을 든 채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 마르티네스가 좋아했던 알리안자 축구팀 로고가 새겨진 팻말을 든 추모객도 있었다. 이날 장례 의식은 비공개로 진행됐고, 기자들의 출입도 허락되지 않았다.
미국-멕시코 국경 리우그란데 강을 건너다 익사한 엘살바도르 이민자 오스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와 딸 발레리아의 장례식이 1일(현지시간) 산살바도르 라 베르메자 시립묘지에서 열렸다. 가족과 친척들이 장례식에 꽃을 들고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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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친구인 레이나 모란은 장례식이 끝난 후 친척들이 묘지에 남아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고 전했다. 모란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예요. 무엇보다도 아이 때문에…."라고 말하고 , "그들은 더 나은 미래를 찾아 나섰지만 모든 것이 강에서 끝이 났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추모객은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고, 이런 식으로 죽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며 "우리는 그들의 고통 속에 함께 있다" 고 말했다.
미국-멕시코 국경 리우그란데 강을 건너다 익사한 엘살바도르 이민자 오스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와 딸 발레리아의 장례식이 1일(현지시간) 산살바도르 라 베르메자 시립묘지에서 열렸다. 가족과 친척, 지인들이 장례식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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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의 꿈을 안고 가족과 함께 고향을 떠났다 남편과 딸을 모두 잃고 혼자 남겨진 타니아 바네사 아발로스는 그들의 유해가 도착하기 전인 28일 엘살바도르로 돌아왔다. 아발로스는 모든 눈물을 다 쏟아낸 듯 눈물 한 방울 조차 흘리지 못했다. 부녀의 시신을 실은 영구차는 30일 긴 애도 차량 행렬과 함께 과테말라 국경 근처에 있는 라 아차두라 마을에 도착했고, 장례준비에 들어갔다.
남편과 딸을 모두 잃고 혼자 남겨진 타니아 바네사 아발로스. 28일 엘살바도르로 돌아왔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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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이민자 오스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와 딸 발레리아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30일 과테말라 국경 인근 라 아차두라 마을을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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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의 대통령과 영부인이 보낸 화환과 여러 꽃이 부녀의 무덤을 장식했다. 마리오 두란 내무장관이 장례식에 참석했다.
한 시 경찰관은 부녀가 묻힌 묘지는 1980년에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데 헌신하다 암살된 산살바도르 대주교인 성 오스카 로메로의 이름을 딴 공동묘지라고 말했다.
미국-멕시코 국경 리우그란데 강을 건너다 익사한 엘살바도르 이민자 오스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와 딸 발레리아의 장례식이 가족과 친척이 참석한 가운데 1일(현지시간) 산살바도르 라 베르메자 시립묘지에서 열렸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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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부녀의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시민이민국 켄 쿠치넬리 국장대행은 부녀의 죽음을 아버지 탓으로 돌려 공분을 샀다.
28일 CNN 보도에 따르면, 쿠치넬리 국장대행은 전날 CNN 방송에 출연해 "부녀의 죽음은 그 아버지가 합법적인 방법으로 망명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들이 애초에 오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만들려다 민주당 때문에 못했다며 부녀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멕시코 티후아나 인근 국경 담장 앞에 엘살바도르 이민자 오스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와 딸 발레리아를 추모하는 촛불이 켜 있다. 담장에는 부녀의 사망 당시 모습을 그린 그림이 걸려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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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멕시코 사이 국경 지역에서 숨진 이민자는 지난해만 283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의 무관용 이민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는 있지만, 가난과 범죄, 폭력이 난무하는 고향 땅과 굳게 문을 걸어 잠근 미국 사이에서 이민자들이 편히 설 곳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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